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의 급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지난해 “AI 산업은 자본보다 에너지 문제에 먼저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 지 1년 만에 데이터센터와 첨단 산업으로 인한 전력 부족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 2월 발표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2038년 전력 소비량은 145.6기가와트(GW)로 현재보다 약 1.5배 늘어날 것으로 점쳐졌다.
업계에선 2029년까지 약 730개의 신규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고 전망하는 데 원전 53기 분량인 49GW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전력 인프라를 확충하는 속도가 산업이 성장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신규 발전소와 송전망 건설에는 인허가와 민원 등의 문제로 최소 3~10년이 걸린다.
미국은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산업의 전력 수요 증가와 전기차 보급 확대 등으로 약 750TWh(테라와트시)의 추가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한다. 약 11만 5000마일(18만 5000㎞)의 신규 송전선을 건설해야 한다. 지난해 설치된 송전선로는 55마일(88㎞)에 불과했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한국전력이 추진 중인 31개 사업은 평균 4년 4개월씩 지연되고 있다. 올해 4월 준공한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도 당초 계획보다 12년 늦은 21년 만에 공사를 끝냈다.
◇주목받는 분산형 발전 기술이러한 상황에서 공장이나 건물 등 전력 수요가 높은 곳의 인근에서 곧바로 전기를 생산하는 온사이트(on-site) 분산형 발전이 주목받고 있다. 도시가스 인프라만 있으면 대규모 송전망 없이도 1년 안에 설치가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다.
전력망 구축에 5~10년이 걸리는 기존 방식과 달리, 연료전지를 활용해 전력망을 수개월 안에 구축할 수 있다. 현재는 도시가스를 연료로 쓰고 있지만, 향후 수소, 바이오가스, 혼합 연료 등으로 전환할 수 있어 활용성이 높다. 완전한 무탄소 청정 전력원으로 전환할 수 있어 에너지 전환 시대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평이다.
이런 특징을 살린 블룸에너지의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시스템은 발전효율이 53~65%에 달한다. 연료를 넣었을 때 전기로 바뀌는 비율을 말한다. 기존 연료전지(30~42%) 보다 높은 수치다.
열손실을 줄이는 열포집 기술 등을 포함하면 종합 효율이 90%에 달한다.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데이터센터 냉각에 활용할 수 있다. 전력 공급과 냉각 효율을 동시에 높이는 효과를 제공한다. 24시간 안정적인 전력이 필수인 데이터센터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 회사는 기존의 연소 방식과는 달리 화학반응만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1200여 곳에 1.5GW 이상의 SOFC 설비를 구축했다. 56%의 발전효율과 4047㎡당 100MW의 전력 밀도를 자랑한다. 기존 방식 대비 탄소 배출도 34% 줄였다.
이 외에도 지난해 미국 전력회사 아메리칸 일렉트릭 파워(AEP)와 데이터센터에서 활용하는 용도로 최대 1GW 규모의 연료전지 공급 협약을 체결했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기업 에퀴닉스에도 100MW 이상의 SOFC 설비를 구축했다.◇“전력 수요 급증에 효과적 대처”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비해 전력 인프라 확충은 더디게 진행되어 국내외 모두 전력 수요와 공급망 간의 불균형에 직면해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인·허가 지연과 지역 반발로 국가 전력망 확대가 어려운 가운데 빠른 설치와 유연한 확장이 가능한 분산형 연료전지가 데이터센터와 첨단 산업의 전력난 해소에 효과적인 대안으로 주목받는 데 따른 것이다.
최준 블룸에너지 코리아 대표는 “미국의 기술 기업들은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해 연료전지를 토대로 한 온사이트 발전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며 “SOFC 시스템은 기술적 완성도와 상업적 신뢰성을 바탕으로 에너지 전환과 전력망 병목이라는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시의적절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이어 “AI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견인할 핵심 동력원인 온사이트 발전 기술을 계속해서 향상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