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21계단 뚝?…"IMD조사, 단순 참고용"

입력 2025-06-17 18:04
수정 2025-06-18 02:56
매년 이맘때 발표되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국가경쟁력 평가는 ‘공신력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주요 핵심 평가 순위가 매년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데다 여론조사 응답률이 5% 이하에 그쳐 대표성과 정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IMD 국가경쟁력 평가는 스위스의 사립 경영대학원이 발표하는 지수다. 거시지표와 기업 최고경영자(CEO) 설문조사 등을 기반으로 점수를 합산해 국가순위를 매긴다.

하지만 IMD 평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매년 제기된다. 우선 응답률이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을 받는다.

기획재정부와 경제계 등에 따르면 올해 IMD 설문조사는 총 1050명의 국내 기업인을 대상으로 했지만 응답자는 53명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응답률은 5.04%에 불과하다. 작년에는 4000명 중 71명(1.77%), 2023년에는 4000명 중 80명(2%)만 응답했다. 여론조사 업무를 대행하는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런 설문을 왜 하냐는 회원사들의 컴플레인(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국가경쟁력을 종합 평가하면서 평가 방식을 설문조사에 대폭 의존한다는 비판도 많다. 예컨대 올해 21계단이나 떨어진 ‘기업 효율성’ 분야는 ‘우리 노동 생산성은 국제기준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 등 문항 38개에 관해 ‘매우 그렇다’부터 ‘전혀 그렇지 않다’까지 6개 답 중 하나를 고르는 방식이다.

각 나라의 문화나 산업구조 차이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설문조사 값과 각종 지표를 1 대 1로 비교해 단순 합산한 것도 한계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평가 순위가 매년 크게 요동친다. 일례로 금융 항목은 2022년 23위, 2023년 36위, 2024년 29위로 오르내렸다. 같은 기간 기술 인프라는 23위, 16위, 39위 등으로 바뀌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한 라디오에서 “IMD 지수를 큰 이슈로 삼는 나라는 선진국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이 지수를 공식적인 국가 순위가 아니라 참고자료 정도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