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친환경 전기 선박 ‘성큼’… 글로벌 진출도 타진[ESG NOW]

입력 2025-07-03 06:00
수정 2025-07-03 10:02
[한경ESG] ESG NOW - 전기추진선박




지난 6월 17일 오후,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 선착장에서 전기추진선박 센트럴커낼호에 탑승했다. 작지만 날렵해 보이는 선박에 적힌 ‘대한민국 1호 친환경 전기추진선박’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운항을 시작하자 ‘우웅’ 하는 소리와 부드러운 탑승감이 ‘전기차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 특유의 기름 냄새나 덜덜거리는 진동, 커다란 엔진음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천천히 갈 때도, 속도를 올릴 때도 매우 안정적이었다. 함께 탑승한 정종택 카네비모빌리티 대표는 “실제로 이 전기 선박의 동력장치는 전기차 부품을 선박에 맞춰 개발한 것으로, 구동 방식이 전기차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20년 1월부터 ‘친환경 선박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친환경 선박법)’을 시행하고 있다. 관공서 및 공공기관에서 선박을 조달하는 경우 친환경 선박 구입을 의무화하는 법이다. 2021년에는 해양수산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2030 한국형 친환경 선박(greenship-K) 추진 전략의 일환으로 제1차 ‘친환경 선박 개발·보급 기본계획’을 수립, 공공 선박(23척)과 민간 선박(16척)을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하도록 지원했다. 2023년에는 제2차 기본계획에 따라 국가인증 친환경 선박을 건조 또는 대체 건조하는 민간사업자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친환경 선박이 대세로 자리 잡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카네비모빌리티의 전기 추진선도 이 같은 여건 속에서 만들어졌다.

전기차와 비슷한 전기추진선박

카네비모빌리티는 자동차용 전장 부품, 라이다 센서 전문 기업으로서 지금까지 쌓아온 전기차 동력 구동과 관련한 노하우를 친환경 전기 선박으로 넓히고 있다. 카네비모빌리티는 지난 2021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발주한 친환경 전기추진선박 용역을 따내면서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삼는 전기 추진 동력 계통 및 시스템 개발에 성공, 친환경 전기추진선박을 운영 중이다.

센트럴커낼호는 송도 센트럴파크 일대 코스를 345kW 리튬이온 배터리로 운항하는 45인승 여객선이다. 지난 2021년부터 제작을 시작해 1년 9개월여 만에 만든 이 전기 선박은 전기자동차와 같은 동력 체계로 구성돼 있다. 배터리, 전원 분배 유닛(PDU), 모터, 제어 기술, 데이터통신 등이 전기자동차와 유사하다. 짧은 개발 기간에도 핵심 기자재인 배터리 2종과 전력변환장치에 해양수산부의 형식 인증서를 모두 받았다. 또 국내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친환경 선박에 쓰는 핵심 기자재를 95%에 가깝게 국산화했다.

지금까지 전기추진선박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주로 해양수산부의 실증 사업 과제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카네비모빌리티의 설명이다. 실증 사업을 통해 시범적으로 만든 전기추진선박은 배터리 등 핵심 부품의 인증을 받지 못해 실제로 상업 운항을 하기 어렵다.

카네비모빌리티는 그동안 자동차 블랙박스, 계기반, 컨트롤러 등 자동차 부품을 시작으로 기술력을 넓혀왔다. 구체적으로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에 수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와 삼성 엑시노스 칩을 바탕으로 한 전장 시스템 플랫폼 통합 설계 개발력을 높였다 . 이와 함께 산업용·안전용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한 2D·3D 스캐닝 및 솔리드 스테이트 타입까지 아우르는 LiDAR 라인업을 갖췄다. 이를 바탕으로 선박에 탑재되는 전기설비인 모터, 전력변환장치, 인버터, 배터리 등 통합 제어 기술을 확보했다.

하이브리드 전기 선박에도 참여

카네비모빌리티는 최근 배터리와 발전기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전기 선박에도 참여하고 있다. 카네비모빌리티는 지난 2023년부터 서울시가 발주하고 이랜드가 운영하는 한강수상버스에 하이브리드 방식 전기 추진 시스템을 개발했다. 전기 동력 장비가 선박에 탑재된 후 장비 간 연동 시험 등도 모두 진행했다. 현재 계약한 8척 중 1·2호선은 건조가 끝나 운영사에 인도했고, 3~8호선은 전기 추진 시스템 납품은 완료했으나 조선소에서 선체를 건조 중이다.

하이브리드 선박은 199명이 탑승 가능한 초대형 선박이다. 출항 시점에는 배터리로 운항하다 일정 시점에 발전기로 동력을 전환, 배터리를 다시 충전하면서 선박을 추진하고 선내에 전기를 공급한다.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와 유사하게 배터리와 발전기를 병행해 반복 사용하며 효율을 높였다.

앞으로 카네비모빌리티는 해외로 눈을 돌릴 예정이다. 친환경에 관심이 많은 인도네시아가 첫 번째 수출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인도네시아의 큰 호수 중 하나인 브라탄 호수가 자리한 브라탄 지역의 수상버스 사업을 협의하고 있다. 또 최근 국내 해상풍력 확대가 가시화되면서 해상풍력발전기 설치 선박(CTV) 개발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전기 선박 주요 부품 국산화로 국내 공급망 육성할 것”

[인터뷰] 정종택 카네비모빌리티 대표

- 전기 선박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모빌리티 특성상 전기차, 선박, 로봇의 기본 공학 원리는 같다고 할 수 있다. 자동차 센서 및 제어시스템 등을 개발하며 그 원리와 선박의 동력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었다. 관건은 해양 환경에 적합한 내수성과 내구성 확보였다. 선박의 경우 부식 방지 및 안전성 유지, 장시간 안정적으로 운행할 수 있는 배터리와 모터 기술을 적용하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또 선박의 특성상 차량보다 훨씬 더 큰 출력과 토크가 요구된다. 부품 설계부터 시스템 통합까지 기술적 난제를 극복하고, 최적화 작업을 통해 해양 특화 기술 역량을 구축할 수 있었다. 특히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및 모터 제어기술을 자체 개발해 시스템 신뢰성과 효율을 확보했다.”

- 전기 선박을 만들면서 원칙이 있었다면.
“안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의 모든 프로토콜은 해상 통신장비 간 국제표준 규격인 ‘CAN 2.0’으로 한다는 원칙이 있었다. 선박에 주요 장비가 20가지 넘게 들어가는데, 만약 통신 프로토콜을 맞추지 않으면 각 부품별 통신이 어려워 선박이 작동하지 못한다. 또 최대한 국산 제품을 쓰자는 원칙이 있었다. 현재 카네비모빌리티 외에는 1000톤 미만의 전기 선박을 국산화한 경우가 없다. 보통 전기 선박의 주요 장비는 외산을 쓰고, 보조장비만 국산을 쓰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부품 공급이나 기술 지원 등에서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한강버스에 공급한 당사 전기 추진 시스템은 95% 이상 국산화를 통해 문제 발생 시 대응이 빠르고, 국내 친환경 선박 관련 업체의 공급망도 육성할 수 있다.”

- 앞으로 친환경 전기 선박 및 전동화는 어떻게 전망하는지.
“전기 추진선은 한강뿐 아니라 다른 강이나 호수, 단거리 정기 노선의 유람선이나 도선·수상택시 등에 매우 적합하다. 장거리 전기 추진선의 경우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나 배터리, 연료전지 병용 방식 등을 통해 점차 실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기술 발전과 함께 중장거리 연안 여객선에도 전기 추진이 확대될 것이다. 노르웨이, 덴마크 등 선진국에서는 신규 발주되는 선박을 대부분 친환경 선박으로 건조한다. 친환경 전동화 흐름은 자동차뿐 아니라 모빌리티, 건설기계 및 다양한 전장 장비에도 폭넓게 확대되고 있다. 당사의 전기 추진 시스템 및 배터리 관리 기술을 핵심 경쟁력 삼아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

구현화 한경ESG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