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방위산업 핵심 소재인 안티모니를 미국에 수출한다. 안티모니는 반도체와 배터리, 무기 제조에 원료로 사용되는 광물이다. 올해 총 100t을 시작으로 안티모니 대미 수출량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부산항에 입항한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행 화물선에 안티모니 20t을 실었다고 16일 발표했다. 선적된 안티모니는 국내 유일의 생산기지인 울산 온산제련소에서 생산됐다. 해당 물량은 다음달 미국에 도착할 예정이다.
고려아연은 올해 안티모니 총 100t을 미국으로 보낼 계획이다. 내년 목표 수출량은 매달 20t씩 총 240t으로 높여 잡았다. 이번 1차 수출 물량은 미국 내 방산 분야 네트워크를 보유한 한 수입업체를 통해 주요 방산 기업에 납품된다고 고려아연은 설명했다.
안티모니는 케이블 피복과 적외선 장치부터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산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쓰인다. 특히 무기 제조에 사용되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에서 전략 자원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국가자원안보특별법을 두고 따로 관리하는 30여 종의 핵심 광물 중 하나다.
국산 안티모니의 미국 수출길이 열린 배경에는 최근 불거진 미·중 무역분쟁이 있다. 중국이 지난해 8월 안티모니와 관련 기술의 수출을 통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했다. 수입량의 약 60%를 중국산에 의존해온 미국이 직격탄을 맞았다. 공급망 다변화를 모색하는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의 안티모니로 눈을 돌리면서 국산 안티모니의 미국 수출이 성사됐다.
고려아연은 수출뿐 아니라 안티모니 생산량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지난 1분기 안티모니 판매량은 971t으로, 사상 최대 판매량을 경신했다. 1분기 안티모니 매출은 596억원으로, 1년 전보다 5배 뛰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지난해 생산량인 3500t을 뛰어넘어 올해부터 안티모니 생산을 본격적으로 늘릴 방침”이라며 “이번 수출을 계기로 글로벌 전략 광물 허브로서 입지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