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의 ‘플라스틱 다이어트’...2035년까지 20% 감축 추진

입력 2025-07-03 06:01
[한경ESG] 플라스틱 제로, 그린 비즈니스 ⑤ 풀무원

두부 용기는 골을 파내고, 생수병은 점점 더 얇아진다. 플라스틱 트레이는 제거하고, 화학적 재활용 소재를 도입한다. 풀무원의 플라스틱 감축 노력이 ‘다이어트’를 연상시킨다. 주요 제품에 화학적 재활용 플라스틱을 전면 도입하는 등 식품업계의 탈(脫)플라스틱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다.

풀무원은 2024년 10월 생과일 주스 브랜드 ‘아임리얼’ 전 제품(13종)에 100% 화학적 재활용 플라스틱(PET)을 적용한 용기를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 화학적 재활용 PET 소재를 음료 전 제품에 전면 적용한 것이다. 이로 인해 연간 259톤에 달하는 신재 플라스틱 사용이 감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프로젝트는 SK케미칼과 협업해 추진된다. 화학적 재활용은 폐플라스틱을 세척·분쇄해 다시 사용하는 물리적 재활용과 달리 고온 분해 등의 공정을 거쳐 분자 단위로 해체한 뒤 원유 수준의 원료로 재가공하는 방식이다. 품질 저하 없이 반복 사용이 가능해 자원 선순환 측면에서 주목받는 기술로 꼽힌다.

현재 아임리얼 제품은 충북 도안 공장에서 생산되며, 이 공장을 거점으로 향후 다른 브랜드 및 제품군으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풀무원은 “소비자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식품 포장 기술을 확산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풀무원은 플라스틱 감축을 단순한 친환경 캠페인을 넘어 전사적 경영전략으로 실행 중이다. 제품 기획부터 생산, 포장, 유통, 소비자 분리배출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체계적 저감 방안을 적용하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의 글로벌 이니셔티브 PACT(Plastic ACTion)에도 참여하고 있다.

PACT는 신재 플라스틱 사용 감축을 공동 목표로 하는 다자간 협약으로, 글로벌 식품·유통 기업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풀무원은 PACT에 가입한 이후 본격적인 감축 전략을 도입했고, 2024년 한 해 동안 식품, 샘물, 유제품 등 전 사업군에서 총 325톤의 플라스틱을 절감했다. 이 중 23%인 75톤은 재생 플라스틱(PCR)으로 대체됐다.

브랜드 맞춤형 전략 전개



풀무원은 제품군별 특성을 고려해 다양한 방식의 감축 전략을 펼치고 있다. 라벨 제거는 대표적 전략이다. ‘풀무원샘물 by Nature’ 0.5L 및 2.0L 제품은 상표 라벨을 아예 없애고, 제품명과 정보를 병목 또는 뚜껑에 표기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또 ‘풀무원다논’의 그릭요거트 제품은 용기 측면 라벨을 없애고 뚜껑에 제품 정보를 인쇄해 분리배출 편의성을 높이면서 플라스틱 감축 효과까지 거뒀다.

용기도 경량화하고 있다. 풀무원샘물 2.0L 제품은 2009년 40g에서 2023년 31.6g으로 무게를 약 21% 줄이는 데 성공했다. 두부 용기에는 요철 구조를 적용해 약 9%의 중량을 감축했고, 떠먹는 요거트 컵은 두께를 1.1mm에서 1.0mm로 줄여 재료 사용을 줄였다. 이 외에도 용기 사이즈 및 형상을 개선해 포장재 낭비를 최소화하고 있다.

소재 전환도 본격화되고 있다. 면류, 떡볶이 등 주요 제품군의 플라스틱 트레이는 종이 트레이로 전면 교체됐다. 또 공식 온라인몰 ‘#풀무원’에서 출고되는 제품의 포장재 역시 종이 박스, 종이 완충재, 종이 테이프로 순차적 적용 중이다. 보랭 성능과 제품 보호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친환경 전환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친환경 전환, 비용 넘어서는 도전

친환경 소재 도입은 ESG 관점에서 바람직하지만, 원가 부담과 생산 효율 저하라는 현실적 장애도 따른다. 플라스틱 트레이 제거, 용기 경량화, 무라벨 제품 확대 등 일부 전략은 연간 약 14억9000만 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지만, 종이 트레이와 재생 PET 적용 등은 오히려 기존보다 높은 원가를 유발하는 경우도 있었다.

여기에 재생 플라스틱 소재의 공급망 제약, 단가 변동성, 생산설비 공용화에 따른 관리 복잡성 등이 운영 부담으로 작용했다. 환경성 평가 기준이 미비하고 관련 데이터가 부족해 전사 협업 속도에도 제약이 있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제도 환경과 비교할 때 정부의 정책적·재정적 뒷받침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풀무원은 ESG 경영을 지속가능한 핵심 가치로 삼고 꾸준한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 그 결과 2025년 글로벌 ESG 평가기관인 S&P 글로벌의 지속가능성 평가(CSA)에서 식품 부문 상위 5%에 선정되며 국제적 인증을 받았다.

2035년까지 플라스틱 20% 감축 목표

풀무원은 ESG 전략의 일환으로 ‘에코-케어링(Eco-Caring)’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2035년까지 2022년 대비 플라스틱 사용량 20% 감축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용기 경량화, 라벨 제거, 재활용 소재 적용, 포장재 전환 등 사업부별 맞춤형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소비자의 친환경 실천을 돕기 위해 포장 정보 제공 방식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동시에 연구개발(R&D)과 공급망 혁신을 통해 지속가능한 패키징 솔루션을 발굴·적용 중이다.

이상민 풀무원기술원 포장엔지니어링팀 팀장은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을 체감하며 사회적책임을 다하기 위해 PACT에 참여했고, 실제 감축 성과도 내고 있다”며 “앞으로도 내부 협업과 외부 공급망 혁신을 통해 실질적 감축 효과를 달성하고, 그 결과를 정량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플라스틱 국제협약은 기업에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주기에 걸쳐 오염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은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 동시에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책임도 함께 짊어져야 하는 시대에 직면했다. 이에 〈한경ESG〉는 한국WWF와 함께 국내 주요 기업의 플라스틱 감축 전략을 연이어 소개한다.
이승균 한경ESG 기자 cs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