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콕 집은 '자살률 1위'…데이터 분석해보니

입력 2025-06-12 09:46
수정 2025-06-12 16:24


"복지부 장관님, 우리나라 자살률이 왜 이리 높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한국의 높은 자살률 문제를 직접 언급한 가운데 자살자 10만 명 이상을 분석한 결과가 발표됐다.

12일 최민재 고려대 보건대학원 미래공중보건연구원 연구팀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제공한 2013~2020년 자살 사망자 10만 2593명을 대상으로 한국형 자살 유형 네 가지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자살 동기와 관련 행동에 따라 자살자를 네 집단으로 구분했고, 이들은 자살 수단, 음주 여부, 자살 의도 공개 등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연구진은 자살 사유를 △정신질환 진단 △정신질환 증상 △신체질환 △신체장애 △경제·직업 문제 △가족 문제 △대인관계 문제 △기타 사유 등 8개 항목으로 분류한 뒤, 잠복 계층 분석을 통해 자살자를 4개 유형으로 나눴다. 이후 자살 전 행동 특성은 다변량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활용해 비교했다.

가장 두드러진 첫 번째 유형은 '정신질환형'으로, 전체의 18.9%(1만 9441명)를 차지했다. 이들은 99.6%가 정신질환 진단을 받았고, 사망 직전까지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이전 자살 시도율은 25.7%로 전체 평균의 약 2배였고, 자살 의도 공개율도 94.9%에 달했다. 반면 유서를 남긴 비율은 26.7%로 네 유형 중 가장 낮았다.

두 번째 유형은 '신체질환형'(17.0%, 1만 7474명)이다. 대부분 65세 이상 고령 남성이며, 모두 신체질환을, 21.3%는 신체장애를 경험했다. 고체·액체 약물 중독 등 비교적 수동적인 방식의 자살이 많았고, 자살 직전 음주율은 15.0%로 가장 낮았다.

세 번째는 전체의 41.6%(4만 2628명)를 차지한 '경제·사회형'이다. 실직자 비율이 높았고, 경제적·직업적 문제에 정신건강 증상이 동반된 경우가 많았다. 자살 전 음주율은 36.5%, 유서 작성 비율은 41.1%로 높았다. 특히 이들은 가스 중독을 선택할 가능성이 62%, 교수형을 선택할 가능성이 57% 더 높았다. 자살 조약이나 유서를 남길 가능성도 각각 51% 더 높게 나타났다.

네 번째 유형은 '조용한 계획형'이다. 전체의 22.5%(2만 3050명)를 차지했으며, 정신질환 증상은 없지만 경제·직업적 스트레스를 겪었다. 자살 실행 전 구체적인 계획과 준비가 많았고, 자살 의도 공개율은 67.2%로 가장 낮았다. 이전 자살 시도율도 6.8%로 가장 낮았지만, 자살 조약을 맺을 가능성은 약 2.3배, 가스 중독을 선택할 가능성은 약 2.2배, 유서를 남길 가능성도 51% 더 높아 실제 실행 위험이 가장 높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자살 방법, 음주 여부, 유서 작성 여부, 자살 의도 공개 등 행동 특성에서도 유형 간 유의미한 차이가 드러났다. 정신질환형(1유형)은 자살 시도와 의도 공개율이 가장 높았고, 낙상을 통한 자살이 두드러졌다. 반면 경제·사회형(3유형)과 조용한 계획형(4유형)은 가스 중독과 교수형을 선택할 가능성이 각각 87%, 83% 더 높았다. 이들은 유서를 남길 가능성도 51% 더 높았다. 특히 4유형은 자살 의도를 공개할 가능성이 매우 낮아, 주변에서 인지하기 어려운 고위험군으로 지목됐다.

연령별로는 45~64세가 전체 자살자의 38.8%로 가장 많았고, 남성 비율은 70.4%에 달했다. 직업군으로는 경제적 비활동 상태가 49.0%로 가장 많았고, 고용·자영업 상태였던 경우는 34.5%에 그쳤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정서장애 학술지'(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6월호에 게재됐다.

한편 우리나라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5.2명으로 OECD 국가 평균(11.1명)의 2배 수준으로, 2004년 이래 줄곧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공약집을 통해 자살 예방을 위해 향후 5년간 초·중등 전 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 정서·행동 특성 검사'를 실시해 자살 위험군 학생에 대해선 전문 기관과 연계해 치료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었다. 또 '청소년 상담 1388 통합 콜센터'를 신설해 24시간 전화 상담이 가능하게 하겠다고도 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