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계열사 간 무상 신용보강을 문제 삼아 중흥건설에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자금보충약정에 별다른 수수료를 매기지 않아 온 업계 관행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등 혼란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총수 일가가 사익 편취 등을 저질렀다”며 최근 중흥건설과 계열사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180억원을 부과하고, 중흥건설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중흥건설이 최근 10년간 중흥토건 및 6개 계열사가 시행을 맡고, 중흥토건이 시공하는 개발 사업장에 3조원 넘는 신용보강(연대보증, 자금보충약정 등)을 무상으로 제공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방식으로 정창선 중흥그룹 창업주가 장남인 정원주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중흥토건에 부당 이득을 줬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자금보충약정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서 흔히 사용되는 방식이다. 관행상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아 왔다는 게 중흥그룹 측의 항변이다. 회사 관계자는 “자금보충 사유가 일어날 때 채무(수수료)가 발생하는 자금보충약정은 약정 체결 때 바로 보증채무가 발생하는 연대보증과는 법적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며 “자금보충약정과 연대보증을 동일하게 보고, 자금보충약정 체결 때 바로 수수료를 지급했어야 한다는 판단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자금보충약정에 대해 수수료를 내는 게 시장의 ‘룰’이었다면 당연히 대가를 지불했을 것이란 취지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자금보충약정 수수료율을 얼마나 매겨야 할지에 대한 뚜렷한 가이드라인도 없어 당분간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며 “대형사가 아닌 이상 관계사끼리 대가 없이 보증을 서주는 사례가 꽤 있는데, 안 그래도 침체한 건설 경기가 더 위축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수수료 지급 여부에만 집중하는 건 시정명령 조치의 취지를 곡해하는 것이란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자금보충약정은 통상 시공 지분을 가진 회사가 해주는데, 자금 조달이 잘되면 보증을 제공하는 시공사 입장에서도 이익이기 때문에 무상 보증을 문제 삼을 수 없다”며 “중흥건설은 시공 지분이 전혀 없는 제3자(중흥토건)에 무상보증을 해준 케이스라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