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는 자에게 자유를…여성의 움직임을 바꾸다

입력 2025-06-12 18:55
수정 2025-06-13 02:00

“깊게 호흡하세요. 두 손을 하늘로 뻗고, 위를 바라보세요.”

지난 5일 서울 성수동 복합문화센터 엘씨디씨.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건물 중정(中庭)에 수십여 개 파란색 요가 매트가 깔렸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룰루레몬의 대표 제품인 ‘얼라인’ 컬렉션 출시 10주년을 맞아 열린 요가 클래스 때문이었다. 룰루레몬 앰배서더이자 요가 인스트럭터인 제이사가 먼저 동작을 선보이자 매트 위에 있는 인플루언서 등 수십여 명이 함께 팔을 쭉 뻗었다. 바로 동작을 따라 하는 요가 마니아부터 익숙지 않은 몸짓에 비틀비틀대는 초보자까지 다양한 모습이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얼라인 레깅스를 입고 있다는 것. 사람들로 북적이는 성수동 한복판에서 이들은 룰루레몬 얼라인과 함께 요가가 선사하는 평화 속에 빠져들었다. 차원이 다른 클래스…자유를 선사
2015년 출시된 얼라인은 ‘요가복의 대명사’인 룰루레몬 제품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시그니처 컬렉션이다. 지난 10년간 수많은 애슬레저 제품이 쏟아져 나왔지만 여전히 요가와 필라테스 마니아 사이에선 ‘돌고 돌아 다시 얼라인으로’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영국 해리 왕자의 부인이자 할리우드 배우 메건 마클, 할리우드 셀러브리티 킴 카다시안 등 유명인 중에서도 소문난 ‘얼라인 마니아’가 많다.

무엇이 그렇게 다르길래. 반신반의하며 얼라인을 입고 참여한 요가 클래스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다른 레깅스와는 확연히 다른 가벼움과 부드러움, 빈틈없이 몸에 착 달라붙는 감각. 무엇보다 얼라인의 강점은 움직임이 커질 때 배가된다. 온전히 몸의 움직임에 모든 집중력을 쏟아야 하는 요가에서 얼라인은 불필요한 제약을 만들지 않는다. 다리를 쭉 뻗을 때도, 쪼그려 앉을 때도 거슬리는 것 없이 물 흐르듯 몸을 따라온다. 말 그대로 몸과 ‘일체’(align)되는 느낌이다.

그 미세한 감각 차이에는 룰루레몬의 비결이 숨겨져 있다. ‘눌루 패브릭’이다. 룰루레몬은 그 어디에도 없는 ‘입은 듯 안 입은 듯한’ 느낌을 만들어내기 위해 초미세 원사에 특수 브러싱 처리를 한 눌루 패브릭을 자체 개발했다. 18개월간 열 차례 이상의 개발 과정을 거친 끝에 ‘버터 같은 보들보들하고 매끄러운 촉감’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 패브릭을 니트 구조로 엮어 통기성을 높이고, 신체 움직임에 거슬리는 부분이 없게 심라인과 허리밴드를 설계했다. 다른 패션 브랜드들이 여성 운동복의 핵심으로 ‘아름다운 핏’을 얘기할 때 룰루레몬은 여성에게 자유로운 감각을 선사한 것이다. 애슬레저 시대를 연 얼라인
얼라인이 패션사에 세운 또 하나의 이정표가 있다. 일상과 운동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애슬레저’의 시대를 열었다는 것이다. ‘제2의 피부’처럼 몸에 착 달라붙는 디자인과 감각으로 얼라인은 일찍이 해외에서 일상복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얼라인도 10년간 진화했다. 타이츠(발목까지 감싸는 레깅스)로 시작한 얼라인 라인업은 어느덧 쇼츠, 브라, 스커트, 보디슈트 등 50여 종으로 늘어났다.

얼라인은 단순히 일상에서 스포츠웨어를 입는 것 그 이상의 의미다. 요가에서 느낄 수 있는 자기 긍정적인 태도를 일상에서도 추구한다는 것이다. 패션의 역할이 단지 입는 것이 아니라 ‘사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라고 했던가. 얼라인은 지난 10년간 그 역할을 가장 조용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해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