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개 물길따라, 1800개 다리 건넌다…'운하 도시' 암스테르담

입력 2025-06-12 18:10
수정 2025-06-13 02:02

운하의 도시. 암스테르담을 부를 때면 빠지지 않는 표현이다. 이 도시엔 운하가 165개, 다리가 1800여 개 있다. 운하가 대로처럼 얽혀 있는 구시가지가 운하지구란 이름으로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지정됐을 정도로 암스테르담과 운하는 불가분의 관계다.

운하가 도심 곳곳에 깔린 데엔 늪지를 개척하며 도시를 넓혀야 했던 역사가 바탕에 깔려 있다. 암스테르담은 이름에서 드러나듯 암스텔 강어귀 늪지대에 둑(댐)을 쌓아 만든 도시다. 플랑드르 지방에서 북해 교역을 하기엔 최적의 입지였지만 바닷물에 침수되는 늪지대가 문제였다. 18세기 암스테르담 주민들은 운하로 빗물과 지하수를 모아 수위를 조절하는 쪽으로 도시를 유지하려고 했다. 운하는 암스테르담을 네덜란드의 식민지와 이어주는 물길 역할도 병행했다. 운하가 만들어내는 도시의 정취는 예술가들을 매혹했다.

러시아 출신 화가인 칸딘스키가 그린 ‘창문에서 본 암스테르담 풍경’은 운하와 다리로 암스테르담을 그려낸다. 프랑스 소설가 카뮈는 소설 <전락>에서 회색빛의 음울한 분위기로 이 도시를 묘사한다. 암스테르담은 초여름인 5, 6월을 제외하면 날씨가 우중충할 때가 많다. 록밴드 이매진드래곤스와 콜드플레이는 각각 곡 ‘암스테르담’을 통해 이 도시를 일종의 도피처로 묘사했다. 도시를 빼곡히 채우는 오밀조밀한 집들엔 좁은 공간에서 주거 문제를 해결해야 했던 현실적 어려움이 숨어 있다. 17~19세기 암스테르담은 건물의 정면 폭에 따라 세금을 달리 부과했다. 창문 3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좁은 집 구조가 표준처럼 자리 잡은 이유다. 건물 정면 꼭대기에 달린 고리들은 고층에 물건을 나르기 위해 도르래를 거는 용도다. 지금도 암스테르담 시내에선 도르래를 활용해 건물을 보수하거나 이삿짐을 나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암스테르담=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