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주가 조작하면 패가망신…부당이득 몇 배로 물고 엄벌"

입력 2025-06-11 18:15
수정 2025-06-12 02:26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를 찾아 미공개 정보 등을 이용한 불법 주식 거래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은 간담회에 참석한 시장감시위 대리·과장 등 실무 직원들과 불공정 거래를 사전에 차단하고 엄단하기 위한 구체적 정책 논의를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금융투자협회를 찾아 ‘코스피지수 5000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당시에도 불공정 거래 엄단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전통적인 주가 조작, 시장질서 훼손은 통정매매, 가짜 정보로 주가를 올리고 나가는 것”이라며 “이것부터 막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법을 저질러서는 돈을 벌 수 없고, 돈을 벌면 몇 배를 물어내야 하고, 엄청난 형벌을 받는다는 걸 명확하게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부정 거래 행위를 엄단하겠다며 ‘패가망신’이라는 언급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어떻게 하면 한국 주식시장을 좀 더 건전하고 투명하게 할 것인가, 이 부분을 주로 논의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주가 조작 등 불공정거래에 원스트라이크아웃 제도를 도입하고 주가 조작으로 벌어들인 부당 이득에 과징금을 물려 환수하는 등 불공정 행위자를 엄벌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너무 늦게 사법적·형사적 조치가 이뤄지거나 수위가 낮아서 재범 우려가 높다는 것이 ‘국장’(국내 증시)을 허약하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의미로 후보 시절부터 여러 번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시장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세제 개편 등을 통해 배당을 유도하겠다며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이 주식 투자를 통해 중간배당도 받고 생활비도 할 수 있게 부동산에 버금가는 대체 투자 수단으로 만들면 기업의 자본 조달도 쉬울 것이고 대한민국 경제 전체가 선순환되지 않겠냐”고 했다.

이 의원이 지난 4월 대표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 비율)이 35% 이상인 상장사가 배당한 소득은 종합소득에서 분리해 별도 세율로 과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은 배당소득·이자소득을 합한 금융소득이 연간 2000만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돼 다른 소득과 합산한 뒤 최대 49.5%(지방소득세 포함)의 누진 세율이 적용된다. 이 의원 법안은 배당소득이 2000만원 이하면 14%를 부과하고, 2000만원 초과~3억원 이하 20%, 3억원 초과는 25%를 매기는 내용이다. 오는 7월 정부가 발표하는 내년도 세법 개정안에 이 같은 방식으로 배당을 유도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담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부자 감세’라며 반대하는 민주당 내 일부 기류를 어떻게 넘어설지가 관심사다. 이 대통령은 “정상적으로 배당을 잘하면 재정에 크게 타격을 주지 않는 정도로 배당소득세를 내려서 많이 배당하게 하는 게 좋다”며 “가능한 방법을 많이 찾아볼 생각”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 일부 상장사가 핵심 사업부를 물적 분할한 후 상장해 일반투자자가 손실을 본 사례를 언급하며 “그런 비정상적인 것을 고쳐야 자유롭고 활발한 투자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그런 것만 정상적으로 돼도 (기업 가치를) 두 배 정도는 평가받을 수 있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공매도에 대해서는 “문제가 많다 보니 아예 폐지하자는 얘기가 있는데, 폐지할 수는 없다”며 “세계에서 다 하는 제도이고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하려면 공매도를 안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