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금리 상승에…주담대 '금리 역주행' 가속

입력 2025-06-11 17:59
수정 2025-06-12 14:58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후에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하는 ‘역주행’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은행권이 가계대출 억제를 위해 가산금리를 연이어 인상한 가운데 최근 한국과 미국의 국채 금리가 동반 급등하면서 주담대의 원가에 해당하는 지표금리까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 국채 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면서 국내 주담대 금리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본지 6월 3일자 A1, 16면 참조 ◇가산·지표금리 모두 올라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주기형(5년) 주담대 금리를 지난 10일 연 3.52~5.02%로 책정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5월 29일(연 3.37~4.87%)과 비교해 약 2주 동안 0.15%포인트 올랐다. 우리은행이 이달 2일 주담대 가산금리를 0.06%포인트 인상한 이후에도 금리 상승세가 지속됐고, 결국 4월 4일(연 3.52~5.02%) 이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민은행의 비대면 전용 주기형 주담대 상품의 최저금리는 지난 3일 연 3.7%에서 9일 연 3.96%로 불과 6일 만에 0.26%포인트 올랐다. 국민은행이 이달 4일 가산금리를 0.17%포인트 인상한 데다 지표금리 상승세가 이어진 결과다.

이처럼 주담대 금리가 이달 들어 가파른 속도로 상승한 이유로는 우선 은행권이 이자 마진에 해당하는 가산금리를 올린 점이 꼽힌다. 최근 가계대출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어 은행들이 대출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높인 것이다.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는 이달 2일 주기형 주담대 가산금리를 한 번에 0.29%포인트 올리기도 했다. ◇은행채 금리도 상승최근 주담대 금리 상승폭은 은행권의 가산금리 인상폭을 크게 웃돈다. 가산금리뿐만 아니라 은행이 대출을 내주기 위해 조달하는 자금의 원가에 해당하는 은행채 금리(지표금리)가 최근 상승 곡선을 그린 점이 은행권 전반의 주담대 금리를 밀어 올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년 만기 은행채(무보증·AAA)의 평균 금리는 지난 10일 연 2.856%로, 지난달 7일(연 2.685%)과 비교해 한 달 만에 0.171%포인트 상승했다.

지표금리가 급등한 탓에 가산금리를 낮춰도 최종 금리가 더 높아진 경우까지 발생했다. 신한은행은 가계대출 공급 여력이 있어 이달 2일 가산금리를 인하해 주기형 주담대 최저금리를 연 3.45%에서 연 3.41%로 낮췄지만, 불과 8일 뒤인 10일 최저금리가 연 3.5%까지 상승했다.

미국과 한국의 국채 금리가 치솟은 점이 은행채 금리 상승을 이끈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월 4일 연 3.991%까지 떨어졌지만, 이달 10일엔 연 4.474%로 치솟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 정책이 재정적자 악화를 유발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다. 한국의 국채 금리 역시 4월 30일 연 2.563%에서 이달 10일 연 2.831%로 치솟았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 직후 최소 2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추진하면서 적자국채 발행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채권시장에 퍼졌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의 재정적자 우려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당분간 주담대 금리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은행권 가산금리 인상 행렬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SC제일은행은 오는 18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0.15%포인트 인상할 계획이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