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기계를 느낄 수 있고, 기계가 사람의 감각을 읽어낼 수 있는 세상이 열린다. 김상연 한국기술교육대 컴퓨터공학부 연구팀이 이 같은 시나리오를 현실화하는 기술을 구현해 냈다. 한국기술교육대는 연구팀이 ‘유연하고 얇은’ 전기 반응성 탄소섬유를 이용해 피부에 부착할 수 있는 센서를 구현함으로써 인간의 생체 신호와 환경 정보를 실시간 감지하고 반응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지난 10일 복합재료 분야의 최고 저명 저널인『어드밴스드 컴포지트 앤 하이브리드 머티리얼즈(Advanced Composites and Hybrid Materials)』에 온라인 출판됐다. 연구의 핵심은 ‘촉각’이라는 감각을 중심에 둔 인터페이스를 위한 기초 기술이다. 기존의 센서들은 딱딱하고 무겁거나 피부에 장시간 부착할 수 없는 물질이 많아 일상생활에서의 연속적인 측정이 어려웠다.
그러나 탄소 천(Carbon Cloth)을 기반으로 한 전기반응성 섬유는 고전도성, 기계적 내구성, 그리고 피부에 밀착되는 유연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 이 전극은 사람의 땀, 체액, 체온 등 다양한 생리적 신호를 감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손끝의 움직임, 접촉, 압력까지도 정밀하게 반응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에너지 저장이나 촉매 분야에서 주로 주목받아 온 탄소 천 소재를 사람과 기계가 감각으로 소통하는 전자 피부 인터페이스의 핵심 재료로 전환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미래의 ‘촉각 인터랙션’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이번의 기초기술은 뇌파나 신경전달 물질 같은 미세한 신호를 읽어내어 감정 상태나 건강 이상을 즉시 감지하거나, 손끝에 부착된 센서로 사물의 촉감을 인식하고 피드백을 줄 수 있는 햅틱(haptic) 기기로 확장할 수 있다. 김상연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유연한 탄소 섬유 기반 감지 소재는 인체 피부에 자연스럽게 밀착되며, 이러한 촉각 정보를 정밀하게 감지하고 해석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며 “미래의 센서는 단순히 데이터를 수집하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감각을 확장하고, 사람과 기계가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안=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