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을 쓸 수 있는 여력이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더라도 저소득층과 자영업자 등 어려운 곳에 집중해야 합니다.”
56대 한국경제학회장으로 선출된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사진)는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새 정부 정책에 관해 조언해달라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강 교수는 “전 국민 지원금을 주고 싶더라도 지금은 참아야 할 때”라며 “저소득층에 두 배로 주거나 신성장 정책에 도움이 되는 분야에 쓰는 것이 낫다”고 했다.
강 교수는 이날 경제학회가 연 수석부회장 선거 개표 이사회에서 과반 득표로 수석부회장에 선출됐다. 수석부회장은 이듬해 경제학회장에 자동 취임한다.
강 교수는 1986년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99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쓰쿠바대 조교수를 거쳐 2003년부터 고려대 경제학과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 2017년 한국경제학회 부회장, 2018년 한국경제연구학회장, 2023년 한국국제경제학회장을 지냈다. 주 연구 분야는 기술이전, 기후변화, 글로벌 공급망 등이다. 최근에는 고려대 에너지 환경대학원 겸임교수도 맡는 등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등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강 교수는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조언도 내놨다. 그는 “원자력발전과 재생에너지 중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둘 다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기업들은 비용이 부담스럽더라도 신재생에너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우리 현실에는 태양광발전이 풍력발전보다 낫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생에너지로 과속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 교수는 “국토가 넓은 케냐와 같은 나라는 전체의 90% 이상을 태양광발전으로 공급할 수 있지만 우리는 국토 면적에 한계가 있다”며 “원전도 함께 육성하는 쪽으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경제학회장에 취임하면 학제 간 융합연구를 확산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경제적 시각만으로는 안 되는 분야가 많다고 생각한다”며 “교육, 에너지, 연금 등 다양한 분야와 연계된 정기 포럼을 개최해 융합적인 시각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신진 연구자의 처우 개선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강 교수는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해외 유수 학술대회에 논문을 발표하는 연구자에게 항공료와 등록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연구 환경이 악화하는 점도 살펴볼 계획이다. 강 교수는 “최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2명이 홍콩으로 이직한 것에 대해 학계에서도 관심이 많다”며 “현재 임금 구조로는 좋은 연구진을 한국에 붙잡기도, 젊은 연구자에게 한국으로 들어오라고 추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는 “대학 등록금을 최소한 물가상승률 수준만큼은 올려야 연구 환경을 유지하는 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