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2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예고해 채권 금리가 급등(채권 가격 하락)하자 보험업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장기물을 중심으로 국고채 금리가 반등해 보험사 건전성 지표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0년 만기 금리는 이날 연 2.75%에 마감했다. 한 달여 전인 지난 4월 말(연 2.47%) 대비 0.28%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국고채 3년 만기 금리는 연 2.27%에서 연 2.39%로 0.12%포인트 올랐다. 국고채 장기물의 금리 상승폭이 단기물보다 더 컸다.
최근 기준금리 인하에도 시장금리가 오른 것은 새 정부의 추경 논의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대규모 추경에 나서려면 그만큼 국채를 발행해 돈을 빌려야 해서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추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장기물 발행을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보험사들이 자산·부채 듀레이션(가중평균 만기)을 일치시키기 위해 국고채 장기물을 집중적으로 매입하자 30·50년 만기 금리가 10년 만기보다 낮아지는 시장 왜곡이 심화했다. 일반적으로 채권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더 높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 현상이다.
보험업권은 금리 상승이 내심 반갑다. 금리가 오르면 보험사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해 보험사 킥스 비율에 경고등이 켜졌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금리가 1%포인트 하락하면 보험사 킥스 비율은 약 25~30%포인트 급락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는 금리가 계속 하락하겠지만 단기적으로나마 킥스 비율 관리를 위한 시간을 벌게 됐다”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