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이시바와 25분 통화 "견고한 관계 만들자"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9일 전화 통화를 하고 “상호 존중과 신뢰, 책임 있는 자세를 바탕으로 보다 견고하고 성숙한 한·일 관계를 만들어 나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날 일본 총리와의 통화는 이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이뤄졌다. 외교가에서는 이 대통령이 일본과 어떻게 관계를 설정할지를 두고 전망이 엇갈렸는데, 이날 통화를 통해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 방향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부터 약 25분간 이시바 총리와 통화하면서 “한·일 양국이 상호 국익의 관점에서 미래 도전과제에 같이 대응하고 상생하는 방향을 모색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두 정상은 또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은 올해 양국 국민 간 활발한 교류 흐름에 주목하면서 당국 간 의사소통도 더욱 강화해 나가자”는 데 합의했다. 강 대변인은 “양 정상은 그간 한·미·일 협력의 성과를 평가하고 앞으로도 한·미·일 협력의 틀 안에서 다양한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해 나가기 위한 노력을 더해 나가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통화 후 자신의 SNS에 “새 시대가 요구하는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

이 대통령이 취임 이후 외국 정상과 통화한 것은 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어 이시바 총리가 두 번째다. 일본 정계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 한·일 관계가 문재인 정부 때처럼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역사 문제에 대해 일본의 태도에 날을 세우거나 ‘반일 감정’을 연료 삼아 윤석열 정부를 비판한 전력이 있어서다.

하지만 이날 이 대통령이 이시바 총리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통화하면서 이런 우려는 일부 해소됐다는 분석이 많다. 미국 대통령 다음으로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한 문 전 대통령과 달리 이시바 총리와 두 번째로 통화한 것도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이 대통령이 윤석열 정부 때 시작된 한·미·일 협력 강화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도 향후 한·일 관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시바 총리는 납치 문제를 포함한 대북 대응에도 긴밀히 공조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

두 정상은 이르면 15~17일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처음 만날 것으로 보인다. 강 대변인은 “양국이 향후 직접 만나 상호 관심사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고 전했다.

최해련 기자/도쿄=김일규 특파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