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운용, 상장사 M&A 때 '3자 배정 유증' 병행 문제제기

입력 2025-06-09 15:58
이 기사는 06월 09일 15:5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업 경영권 지분을 거래할 때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병행해 인수단가를 낮추는 인수·합병(M&A) 시장의 관행에 VIP자산운용이 문제를 제기했다. 가치투자로 유명한 VIP운용은 지난 3월 롯데렌탈 딜에서 대주주 롯데렌탈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만 프리미엄을 보장받고 일반투자자는 지분가치 희석에 따른 불이익을 받게 된다며 유상증자를 철회해야 한다고 9일 주장했다.

상장기업의 M&A에서 경영권이 걸려있는 최대주주의 지분은 시장에서 형성된 주가보다 프리미엄이 붙어 비싸게 거래된다. 여기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병행하면 매수인 측은 주당 매입단가를 낮출 수 있고, 매도인 측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유지할 수 있다. 매수인을 상대로 기준주가에 최대 할인율 10%를 적용해 신주를 발행하는 식이다.

지난해 한국타이어의 한온시스템 인수, 어피니티의 롯데렌탈 인수 등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병행한 거래다. 롯데렌탈 지분 3.5%를 보유한 VIP운용은 롯데렌탈의 유상증자는 재무 상황을 고려했을 때 불필요하다고 지적했다.

VIP운용은 "롯데렌탈은 우수한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업계 최저 수준의 부채비율 및 최상위 신용등급, 4500억원 가량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유상증자 대금 2119억원은 3년간 영업현금흐름의 9.2%, 회사 총부채의 3.8% 수준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없이도 충분히 조달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말 기준 롯데렌탈의 부채비율은 약 377%로, 동종업계 평균(592%)을 밑도는 것은 물론, 어피니티의 포트폴리오사 SK렌터카(601%)보다 낮다고 강조했다. 롯데렌탈은 최대주주 변경으로 사채 조기상환에 따른 자금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여기에 대해서도 VIP운용은 "SK렌터카는 롯데렌탈에 비해 부채비율이 200%포인트 높고 보유 현금도 적었지만 유상증자 대신 신규 사채발행을 통해 조기상환에 대응했다"고 반박했다.

VIP운용은 대규모 유상증자가 롯데그룹의 매각가를 극대화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롯데그룹은 1조원에 달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보장받고 어피니티는 지분율을 높이며 평균 매입단가를 16%가량 낮추는 이익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반면 일반주주는 유상증자로 지분가치가 희석되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VIP운용은 이번 사례가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과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취임 후 2~3주 내 상법 개정 처리를 공언해온 만큼 롯데렌탈의 유상증자는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반주주의 권익을 훼손한 첫 공식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민국 VIP운용 대표는 "롯데그룹과 어피니티가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유상증자 철회를 촉구했다. VIP운용은 롯데렌탈 지분 3.5%를 보유하고 있다.

송은경 기자 nor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