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 끝낸 채비, 코스피 상장 시동...1조 기업가치 겨눈다

입력 2025-06-09 11:23
수정 2025-06-10 09:23
이 기사는 06월 09일 11:2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전기차 급속충전기 전문기업 채비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에 나선다. 적자에도 불구하고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 1위 사업자로서의 성장성을 앞세워 기업가치 1조원을 노린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채비는 연내 상장을 목표로 이달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대표 주관사는 KB증권이다. 공동주관사는 삼성증권, 하나증권, 대신증권 등이다.

이 회사는 2016년 설립된 전기차 충전기 전문 기업이다. 충전기 제조부터 설치, 운영, 사후관리까지 모두 직접 수행하는 국내 유일 기업이다.

전국에 5700면(충전 포트 기준) 이상의 급속충전기를 운영한다. 민간 부문 기준 국내 1위 사업자다. 완속충전 위주 경쟁사들과 달리 상업지 중심의 급속충전망을 구축해 차별화했다. 제조 기술도 강점이다. 환경부 충전기 사업의 65%를 수주하는 등 민간과 공공 충전 인프라 영역에서 두루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상장 주관사 선정 당시 1조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제안 받았다. 이번 상장에서도 이 수준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삼았다. 2023년 스틱인베스트먼트와 KB자산운용으로부터 1200억원을 유치할 당시 약 46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이번 상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두 배 이상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전기차 산업의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길어지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충전 인프라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다. 전기차가 본격 확산되면 충전소 확보가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전기차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이면서 충전 인프라 투자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이차전지 기업들도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수요 둔화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분위기다. 채비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채비는 상장으로 확보하는 자금을 활용해 더욱 적극적으로 충전 인프라를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고장 예방 진단, 원격 유지보수 등 국내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 사업도 본격화했다. 지난해 100억원이었던 해외 매출을 올해 두 배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재무 구조는 변수다. 채비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851억원, 영업손실 276억원을 나타냈다. 적지 기업인 만큼 현행 제도상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이면 재무요건을 면제받는 특례상장을 활용할 예정이다.

다만 적자 기업에 대한 IPO 시장의 경계심은 여전히 큰 편이다. 최근 조단위 기업가치를 노리던 기업이 수익성 부족을 이유로 흥행에 실패하거나 기업가치를 대폭 하향 조정한 사례가 있다.

기존 투자자의 높은 지분율도 부담 요인이다. 2019년 이후 총 1575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재무적 투자자(FI)의 지분율은 약 44%에 달한다. 최대주주는 정민교 대표(지분율 38.5%)다. FI 지분율이 높은 만큼 상장 과정 또는 상장 직후 적지 않은 지분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IB 업계 관계자는 “채비는 수직계열화된 운영 시스템과 전국 단위 네트워크를 갖춘 몇 안 되는 전기차 충전 전문기업”이라며 “단기 수익성보다 장기 인프라 가치에 대한 평가가 투자 판단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