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상 극본상 수상

입력 2025-06-09 08:42
수정 2025-06-09 09:39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상 극본상을 거머쥐었다. K뮤지컬이 세계 공연예술계 최고 권위의 토니상에서 극본상을 받은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토니상 극본상 수상작으로 '어쩌면 해피엔딩'이 호명됐다. 작품상 등 다른 9개 부문에서 수상 여부도 주목된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뉴욕대 재학 시절 인연을 맺은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가 2014년 우란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공동 창작한 작품이다. 21세기 후반 서울, 인간에게 버림받은 구식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서정적인 음악과 함께 풀어낸다. 국내에선 2016년 300여석 규모의 대학로 소극장에서 초연한 이래 지난해까지 다섯 시즌 공연을 이어갔다.



대학로 흥행작은 브로드웨이도 사로잡았다. 2016년 뉴욕에서 쇼케이스를 연 '어쩌면 해피엔딩'은 미국 유명 제작자인 제프리 리처즈를 만나며 정식 공연 준비에 돌입했다. 작년 11월 약 1000석 규모의 뉴욕 벨라스코 극장에서 초연한 뒤 지난 1일까지 2599만달러(약 35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평균 객석 점유율은 93.8%에 달한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이날 시상식 전부터 토니상 수상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았다. 최근 드라마데스크 어워즈, 드라마리그 어워즈, 외부 비평가 협회상 등 주요 시상식에서 각종 상을 휩쓸면서다. 그러나 이번 토니상은 의미가 남다르다. 토니상은 영화의 아카데미상, 방송의 에미상 등과 함께 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상으로 꼽힌다. 지난해 한국 창작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가 토니상에서 의상 디자인상을 받았지만, 극본상을 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작가는 이날 수상 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초현실적(surreal)"이라며 '반딧불이(Fireflies)'라고 부르는 팬들 덕분이다.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허세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