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지갑 닫았는데 식품가격 줄인상…'겹악재' 슈퍼마켓 울상

입력 2025-06-09 08:17
수정 2025-06-10 09:43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대형 슈퍼마켓(SSM) 등 4대 오프라인 유통 채널 가운데 SSM만 유일하게 고객 1인당 구매액과 점포당 매출이 모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극심한 소비침체 속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데다 주요 식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커진 영향으로 보인다.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의 1~4월 유통업 매출 동향 자료를 종합하면 SSM의 월평균 1인당 구매액은 1만7193원으로 전년 동기(1만7408원) 대비 1.2% 줄었다. 점포당 월평균 매출액은 3억4500만원으로 지난해(3억6000만원)보다 3% 감소했다.

업태가 가장 유사한 대형마트는 같은 기간 1인당 구매액이 0.6% 늘었다. 점포당 매출액 증가율은 0%대였지만, 역성장은 면한 상황이다. 편의점은 점포당 매출액이 1% 줄었지만, 1인당 구매액은 2.3% 늘었다. 백화점은 1인당 구매액이 4.1% 늘었고, 점포당 매출액은 3.9% 증가했다.

SSM의 부진은 실적에서도 드러났다. 롯데슈퍼의 올해 1분기 매출은 3052억원이다. 전년 동기(3287억원) 대비 7.2% 줄었고, 영업이익은 120억원에서 32억원으로 73.3% 감소했다.

점포 수가 최근 4년 새 연평균 10% 이상 꾸준히 늘고 있는 GS더프레시는 신규 출점에 힘입어 같은 기간 매출은 9.2% 늘었으나 영업이익이 21.2% 줄었다.

업계에선 소비침체로 유통의 마지막 보루인 식품 소비마저 줄어들면서 SSM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의 유통업 매출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 4월 기준 SSM 전체 매출에서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92.5%로 대형마트(69.8%)나 편의점(55.7%), 백화점(12.5%) 등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는 식품 소비가 줄면 매출이 빠지는 구조인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과거에는 퇴근하면서 SSM에 들러 집밥 재료나 찬거리를 사서 귀가하는 고객들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그 수가 다소 줄었고 회당 구매액도 할인쿠폰이 적용되는 기준액을 크게 넘어서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식품 소비 절벽 이면에는 주요 식품 가격 인상에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커진 탓도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 상승하는 동안 식품 물가는 3.5% 올랐다. 가공식품은 3% 올라 전체 식품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4월 SSM을 포함한 일선 오프라인 유통 매장에서 판매하는 주요 가공식품 34개의 소비자 실구매가를 조사한 결과 24개 상품이 1년 전보다 비싸진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상승률은 7.1%다.

다만, 이달 초 새 정부 출범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걷힌 데다 강력한 내수 진작책을 실행에 옮길 것이라는 기대감에 앞으로 상황이 다소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