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실장은 정통관료, 수석들은 '분배' 외친 학자…재정확대 '속도'

입력 2025-06-06 18:19
수정 2025-06-07 01:48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실시한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수석비서관급 1차 인선에는 성장과 분배 및 복지, 이를 위한 재정의 적극적 활용이라는 주요 키워드가 모두 담겼다. 이 대통령이 이번 대선 기간 반복해서 강조한 내용이다. 집권 초반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실력이 검증된 경제관료 출신을 정책실장에 기용하면서도 성장, 복지, 재정 등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학자들을 수석급으로 적재적소에 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생 회복과 경제 성장, 복지 확대를 위한 확장적 재정 정책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관료 출신에게 맡긴 ‘정책 컨트롤’이재명 정부 초대 정책실장에 임명된 김용범 실장은 대표적인 실력파 경제관료다. 은행·증권 등 금융정책 당국자를 두루 거친 금융통이다. 관료 생활 대부분을 금융위원회에서 보내면서 자본시장국장, 금융정책국장, 사무처장, 부위원장 등을 거쳤다. 문재인 정부 때 기획재정부 1차관을 맡아 코로나19로 인한 급격한 내수 위축 및 경기 악화 대응을 주도했다.

이 대통령이 이런 경험을 통해 실력이 검증된 김 실장을 발탁한 것은 관료 출신인 김 실장이 정권 초반 시행착오 없이 민생 회복과 성장 잠재력 확보 정책을 이끌어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김 실장은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담당한 경험이 있다”며 “이 대통령의 공약 실현과 민생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 집행의 적임자”라고 했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김 실장은 별도로 경제 현황 파악이나 지식 습득이 필요한 인물이 아니다”며 “임명되자마자 일할 수 있는 준비된 경제관료 출신 인사”라고 했다.◇‘성장·복지·재정’ 학자 고루 기용김 실장과 함께 일할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문진영 사회수석, 류덕현 재정기획보좌관은 모두 김 실장과 달리 학계 출신이다.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인 하 수석은 ‘기업가의 혁신’을 강조한 조지프 슘페터의 성장 이론을 연구한 학자다. 경기 대응을 위해 보다 과감한 재정 정책을 써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 왔다.

하 수석이 한 언론사에 기고한 2021년 칼럼을 읽은 이 대통령이 직접 연락해 인연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대 대선 때는 이 대통령의 정책 싱크탱크에서 경제분과 위원장을 맡았고, 이번 대선에서도 이 대통령에게 정책 조언을 했다.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이른바 ‘호텔경제학 논란’ 때 이 대통령을 지원사격하기도 했다.

하 수석이 맡는 자리가 경제수석에서 ‘경제성장수석’으로 명칭이 바뀐 점도 주목을 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경제 불황이 생각보다 깊고 심각하다”며 “경제 성장에 더 힘을 줘야 한다고 보고, 현재의 경제 상황을 유지하고 보완하는 개념이 아니라 반등시키고 이겨나가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문 수석은 교수 시절 꾸준히 ‘포용적 복지국가’를 주장해 왔다. 이 대통령의 아동수당 확대 공약 등을 제안했으며 ‘돌봄 국가책임제’도 문 수석의 구상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부터 복지 정책을 자문해왔다. 이 대통령이 경기지사가 되자 경기도지사직인수위원회(새로운경기위원회) 문화복지분과 위원장을 지냈고, 이후 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이사를 맡았다.◇기재부 개편 의지도 반영하 수석의 확장적 재정정책 추진과 문 수석의 복지국가 실현을 위해서는 결국 ‘나랏돈’ 관리가 핵심인데, 류 보좌관이 이 역할을 한다. 강 실장은 “민생 회복과 경제 활력을 위한 재정 전략 수립, 국정과제 실현을 위한 재정 운용 방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류 보좌관은 윤석열 정부 때인 지난해 4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통화정책은 제약 조건이 있고, 운신의 폭이 좁다면 정부가 할 수 있는 건 재정정책”이라며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류 보좌관은 재원 확보를 위한 과감한 조세지출 구조조정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이 공약한 기재부의 정책과 예산 기능 분리 밑작업도 류 보좌관이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류 보좌관은 기재부의 건전성 회복과 이 대통령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 확보 등 재정 전반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할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 김용범 정책실장

△1962년 전남 무안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제학 박사
△세계은행 선임이코노미스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기획재정부 1차관

■ 하준경 경제성장 수석

△1969년 전북 전주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과장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 문진영 사회수석

△1962년 서울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영국 헐대 사회정책학 박사
△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
△국가인권위 사회권 전문위원
△서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류덕현 재정기획보좌관

△1969년 부산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라이스대 경제학 박사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