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자식 태우고 바다로 돌진한 40대…아내와 계획범죄 정황 포착

입력 2025-06-06 18:13
수정 2025-06-06 18:14

처자식을 차량에 태우고 바다로 돌진해 사망케 한 40대 가장이 구속 수사받는 가운데 아내와 함께 범행을 계획한 정황이 포착됐다.

6일 광주 북부경찰서는 승용차를 몰고 바다로 돌진해 처자식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지모씨(49)가 추락 전 아내 김모씨(49·여)와의 대화 기록이 담긴 차량 블랙박스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블랙박스에는 희미하지만 지씨와 아내의 대화가 담겼고, 경찰은 이를 토대로 추락 직전 아내가 살아있었으며 두 사람이 함께 수면제를 먹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지씨가 홀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씨도 범행 계획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 조사 결과, 지씨 부부는 범행 나흘 전 자택 인근 약국에서 수면제에 넣을 음료를 함께 구매한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앞서 지씨 부부와 고등학생 자녀 2명은 지난달 30일 자택에서 출발해 가족여행에 나섰다. 무안과 진도를 거친 이들은 31일 오후 10시 30분께 목포 한 공원 주차장에 도착했고, 이때 지씨 부부는 두 아들에게 수면제가 든 음료수를 마시게 했다.

이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진도항으로 이동한 지씨 가족은 2시간 30분 뒤인 1일 오전 1시 12분께 차량에 탄 채 바다로 돌진했다.

홀로 차량에서 탈출한 지씨는 인근 야산에서 노숙한 뒤 2일 오후 3시 38분께 근처 가게 주인의 휴대전화를 빌려 형에게 연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형이 지인에게 부탁한 차편을 받은 지씨는 광주로 도주했다가 사건 발생 약 44시간 만에 광주 서구 양동시장 인근 거리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건설 현장 근로자였던 지씨는 임금 문제와 가족의 생활비 등으로 1억6000만원가량 빚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고, 채무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그는 생활고를 비관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시인했다.

지씨는 "조울증을 앓던 아내를 돌보느라 직장생활에도 문제가 생기면서 생계를 감당할 수 없었다. 추락 전 수면제를 먹었지만, 막상 물에 들어가니 무서워서 탈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시신 부검,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통해 아내의 공범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