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진 날씨에 생육 살아나…채소·과일 3년來 최대폭 하락

입력 2025-06-05 17:40
수정 2025-06-06 00:57
봄철 쌀쌀한 날씨로 한때 급등한 농산물 가격이 안정을 찾고 있다. 5월 중순 이후 기온이 올라 양파 대파 등 채소류와 감귤 포도 등 과일 생육이 회복되고 있어서다. 채소와 과일 가격이 내려가자 신선식품 물가지수는 2021년 10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5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양파 도매가격은 ㎏당 812원으로 전년(1236원)보다 34.3% 떨어졌다. 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생산량이 전년 대비 9% 늘어났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대파 도매가격도 40.68% 하락한 ㎏당 1123원을 기록했다. 전북과 영남 산지에서 봄 대파 출하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토마토 참외 등 과채류도 작황 호조로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토마토와 참외 도매가격은 지난달 각각 35.93%, 12.15% 떨어졌다.

감귤과 포도 등 과일 가격도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5월 기준 하우스 감귤 상품(上品) 도매가격은 3㎏에 3만7818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8373원)보다 1.4% 내렸다. 농업관측센터 관계자는 “전년 대비 개화 시기는 늦었지만 개화량은 증가했다”며 “지연됐던 생육이 기온 상승으로 점차 회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포도 도매가격은 2㎏에 4만284원으로 전년 동월(4만715원) 대비 1.1% 떨어졌다. 이달 출하량은 전년보다 4%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저장 물량 출하량이 늘며 사과와 배 가격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사과 상품 10㎏ 평균 도매가격은 6만58원으로 전년 동월(7만9592원)보다 24.54% 떨어졌다. 같은 기간 배 도매가격은 15㎏당 5만754원이었다. 지난해 5월(11만9819원)보다 57.64% 급락한 가격이다.

다만 저장분이 소진된 후 올해 수확하는 사과와 배 판매 시점의 물량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지난 3월 발생한 경북 산불로 안동과 청송 지역 사과 재배 면적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통상 사과와 배는 가을에 수확한 물량을 이듬해 여름까지 판매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추석이 10월로 다소 늦어 사과 시즌인 가을에 수요가 몰리지 않고 분산됨에 따라 가격 상승 압력이 높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배는 소비량이 감소하면서 재배 면적이 줄고 있어 가을에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통계청이 전날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5월 신선식품 물가지수는 124.51(2020=100 기준)로 전년 동월 대비 5% 하락했다. 2021년 10월(-7.8%) 이후 43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신선채소 물가지수는 5.5%, 신선과실 물가지수는 9.7% 내렸다.

통계청 관계자는 “최근 기상 호조로 채소류 산지 출하량이 증가한 데다 과실은 기저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라현진 기자 raral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