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000 눈앞에…신정부 정책 속도·실행력 추가 상승 동력”

입력 2025-06-10 09:16
수정 2025-06-10 09:17
[커버스토리 : 주식의 시간]


“그간 한국 시장은 저평가 요인이 산적해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신정부 출범이 정책 모멘텀을 촉발했고 밸류에이션 매력까지 더해지면서 하반기 투자처 중 가장 긍정적인 시장이 됐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신정부 출범과 맞물린 정책 모멘텀이 하반기 한국 시장에 강력한 상승 압력을 불러올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금리인하와 확장 재정정책이 동시에 작동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2026년 지방선거까지 정책 드라이브가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를 이끄는 김병연 이사 또한 “밸류에이션 정상화만으로도 코스피는 3000선 회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가 보합세만 보여도 2850선은 무난하고 일부 저PBR 종목이 재평가받을 경우 지수 3000은 충분히 가시권이라고 설명했다.

‘베스트 애널리스트’ 출신인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오른쪽)과 김병연 투자전략부 이사 등 리서치본부는 올해 초부터 미국 증시보다 한국 증시에 투자 우선순위를 뒀다. 6.3 대선 직후 두 사람을 만나 투자전략을 물었다. 하반기 코스피 3000을 전망하는 근거는?

조수홍: 6월 4일 신정부가 출범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여대야소’ 구도로 바뀌면서 법안의 신속처리가 가능해졌다. 곧 장기 성장잠재력 하락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 경제정책이 수립되고 상법 개정 등 주주가치 제고와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이 발표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MSCI 신흥국지수 내 한국 비중은 2010년 이후 역대 최저치인 9.2%다. 외국인 수급이 비어있다는 건 여건이 바뀌면 다시 들어온다는 얘기다. 과거 외국인은 기업소득환류세제, 밸류업 등 주주가치 제고 정책이 강화되면 한국 비중을 확대했다. 한국 시장, 특히 대형 가치주에 외국인 투자자 관심도를 높일 수 있는 요인이다.

김병연: 반도체가 전혀 오르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신정부의 정책에 ‘저PBR’ 주식만 움직여도 PBR 0.92배가 가능하다. 그때 코스피는 2850이다(인터뷰 진행당시 코스피는 2650~2700선), 9일 코스피는 2855선을 기록했다). 반도체가 10% 정도만 올라도 PBR 0.98배, 코스피 3000이 나온다. PBR 1배 수준의 코스피는 PER로 보면 약 10.2배다. 한국 수출이 역성장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장기 평균인 10배 전후는 충분히 설명 가능한 구간이다.

코스피 3000에 큰 전제는 필요 없다. 반도체 업종의 소폭 반등, 신정부의 정책 실행, 그리고 기업 신뢰 회복이라는 아주 작은 가정하에서도 충분히 도달 가능한 수치다. ‘실행력’이 관건이다. 투자자들은 반신반의하는데.조수홍: 시장 유동성이 어디로 갈 것이냐의 문제다. 지난 2년간은 미국과 일본, 금과 비트코인이었다. 하반기엔 다른 지역이나 다른 자산으로 유동성 배분이 예상된다. 그게 어디냐 하면 한국 시장이다.

우선 저평가 요인이 굉장히 많다. 관세와 같은 대외적 문제 외에도 고령화와 저출산, 산업 경쟁력 약화와 거버넌스 문제, 그리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컸다. 지난 3년간 여야 간 극단적인 대치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한국 경제에) 굉장히 중요한 시기에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했다. 이 부분이 (한국 증시에) 비관적인 전망을 더 가중시켰다.

김병연: 우리가 지금까지 디스카운트됐던 요인들이 하나씩 해소될 수 있는 조건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2015~2016년부터 코스피는 PBR 1배를 하회하기 시작했다. 일본식 저성장 우려, 낮은 ROE, 주주환원 미흡, 기업 신뢰 부족 등이 원인이었다. 이게 지금의 0.8배 저평가 구조를 만든 것이다. 지금은 그 구조가 바뀌고 있나.김병연: 과거에도 기업소득환류세제 등 밸류업 시도가 있었지만 단기 이벤트성에 가까웠다. 이번 신정부 정책이 장기 저성장에 대한 구조적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자본시장 효율화와 기업 신뢰 제고에 ‘자극’을 주고 이것이 실제로 움직인다면 평가(PBR) 기대치가 달라질 수 있다. 신정부 기대감이 이미 선반영됐다는 지적도 있는데. 김병연: 선반영된 건 맞다. 건설, 증권, 유통 같은 섹터들을 보면 이미 대선 결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올라온 흐름이다. 그래서 “대선 끝나면 팔아야겠다”는 단기 차익실현 욕구도 분명 시장에 깔려 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차익 욕구는 당연히 있을 수 있지만 신정부가 실제로 정책을 빠르게 실행에 옮긴다면 그때부터 다시 방향성이 만들어질 수 있다. 특히 이번 정부는 (여대야소 국면으로) 정책 실현 속도가 생각보다 빠를 수 있다고 보고 있고, 그 점을 감안하면 차익실현 이후에도 새로운 기회가 생겨날 수 있다.

조수홍: 이 기조는 내년 상반기까지 간다. 지난 1분기 한국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저성장 타개를 위해) 대선 이후 기준금리 인하와 더불어 확장적 재정정책이 동시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5월 금통위를 기점으로 연내 3차례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된다. 재정정책 관점에서는 대선 이후 2차 추경과 2026년까지 확장 재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26년 상반기에는 지방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그때까지는 확장 기조가 쭉 가지 않을까. 국장보다 미장에 신뢰가 두텁다.조수홍: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미국 주식에 대한 믿음은 워낙 두텁다. 그런데 작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2년간은 그로스(성장률)가 강하게 나왔지만 이제는 그런 수준의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밸류에이션은 이미 많이 올라와 있어서 기대 수익률도 과거처럼 나오기는 쉽지 않다. 5월 말 기준으로 올해 가장 많이 오른 건 금이고 그다음은 홍콩 주식이다. 그 뒤를 코스피가 따르고 있다.

반대로 유가와 달러는 가장 많이 빠졌고 미국 S&P500이나 나스닥은 최근 한 달 동안 반등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플랫(flat) 수준이다. 이미 유동성의 ‘재배분’이 진행되고 있다. 새 정부의 증시 훈풍 기대감은.김병연: 우선순위에 따라 다르겠지만 “경제를 제일 먼저 챙기겠다”고 밝혔으니 아마도 내수 진작을 위한 정책이 첫째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1차 추경은 이미 통과된 상태고 지금 논의되는 건 2차 추경이다. 이걸 바로 집행할지 아니면 뒤로 미뤄서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시킬지 여부는 정부의 판단에 달렸다.

현재 한국 경제가 역성장을 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신정부가 빠르게 2차 추경을 단행해서 이 상황을 반전시키려는 의지를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2차 추경 시점으로 정부의 의지와 속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추경 집행과 관련해 시장 기대 규모는.김병연: 기준선을 20조원으로 보고 있다. 그 아래 수준, 예를 들어 13조나 8조원 정도면 기존에 빠진 예산을 메우는 데만 써도 금방 소진된다. 사실상 경기부양 효과는 미미하다고 봐야 한다. 20조원 이상이 된다면 이건 GDP 수치를 실제로 끌어올릴 수 있는 규모다.

지금 나오는 얘기를 보면 1, 2차 추경을 합쳐서 약 30조원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 정도면 역성장을 반전시킬 수 있다고 본다. 핵심은 타이밍이다. 그 돈이 올해 하반기에 투입되느냐, 아니면 내년도 본예산을 통해 집행되느냐에 따라 효과의 시차가 발생할 것이다. 건설이나 SOC 투자 같은 경우는 즉각 효과가 나타난다. 시장이 바라는 정책은.조수홍: 증시 쪽에서 기대하는 건 명확하다. 지금 한국 경제가 직면한 핵심 문제는 미래의 잠재성장률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를 되돌리기 위한 산업·경제 비전이 필요하다. 어떤 산업에 집중하고 어떤 방식으로 경제정책을 수립할 것인지, 그리고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책이 무엇인지 이 부분에 대한 신호를 시장은 기다리고 있다. 하반기 주목할 종목은.김병연: 상반기와는 시장 색깔이 바뀌지 않을까. 상반기에 조선, 방산 위주로 움직였다면 하반기에는 내수 진작과 함께 가치주나 내수 진작 효과가 반영될 수 있는 업종들로 색이 달라질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전략적 재평가도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거버넌스 가치주’, SK하이닉스는 ‘한국형 AI 성장주’라는 서로 다른 투자 프레임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는 기술력 자체에 대한 물음표가 일부 있지만 최근 삼성물산처럼 그룹 내 거버넌스 가치주의 성향을 갖고 있다. 하이닉스는 현재 한국 대형주 중에서 AI 패러다임의 확산을 직접적으로 타는 거의 유일한 수혜주다. 엔비디아에 HBM(고대역폭메모리)을 공급하고 있는 구조이기도 하다. 만약 새 정부의 AI 정책이 가시화된다면 하이닉스는 한국형 AI 성장주로서 네임밸류가 부각될 것이다. 하반기 시기를 구체적으로 본다면.김병연: 2, 3분기를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단 3분기 말~4분기 초, 그러니까 9월 말~10월 초는 조금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 미국 쪽 이슈, 특히 워싱턴발 뉴스가 주요 리스크다. 우선 올해 7~8월은 관세 유예 만료 일정이 집중돼 있다. 대부분의 70개 국가들이 7월에 만료되고 중국은 8월이다. 미국 재무부의 현금 잔고도 여름에 바닥나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7월 말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는데 실제 출렁이는 시점은 9월 말~10월 초일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유예 기간이라는 게 실질적으로는 협상 연장과 지연이 반복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2019년에도 그랬다. 현실적으로 7월까지 끝내기 어렵고 결국엔 9월 말 예산안·부채한도·감세안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본다. 이때는 변동성이 커질 수 있으니 투자자들은 대비가 필요하다. 트럼프 리딩방은 계속되나.조수홍: 관세 불확실성이 아직 남아 있어 주의 깊게 모니터링은 필요하다. 단, 상반기에는 관세나 대중 무역 이슈가 시장을 반복적으로 흔들었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그런 리스크는 점진적으로 약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워딩 하나에 따라 출렁이는 장세는 계속될 수 있으니 그런 변동성이 궁극적으로 기회가 될 수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공포스럽다는 게 문제다.

김병연: “이번에는 영향이 줄어들 것이다”, “화해 무드로 갈 것이다”, “정면 충돌은 피할 것이다” 등 다양한 얘기를 하지만 사실은 전부 다 아니다. 계속 왔다 갔다 할 거다. 그게 트럼프 스타일이고 전략이다. 4월처럼 갑작스러운 급락 장세가 또 올 것인지, 아니면 일정 수준의 출렁임 속에서 안정될 것인지의 차이일 뿐이다. 이번에도 2019년과 유사할 가능성이 있다. 2018년 말부터 미·중 무역전쟁이 고조됐고 당시에도 관세 부과 → 합의 → 철회 → 재협상이라는 사이클이 반복됐다. 그런데 2019년 시장은 출렁이면서도 결국 우상향했다. 그 이유는 바로 장기 금리의 안정과 중앙은행(Fed)의 정책 대응이 받쳐줬기 때문이다. 상법 개정 우려도 있는데.김병연: 행정부와 입법부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에 이게 정말 합리적인 수준의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냐, 기업들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냐에 대한 우려로 보인다. 기업 오너들은 부담스럽게 느끼는 경우가 많은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1920년대 대공황 이후 100년에 걸쳐 치고받으며 제도를 다듬어 왔다. 우리도 진통을 겪으면서 좋아지는 과정 아닐까. 하반기 한국 외 다른 투자처는.조수홍: 주식과 채권에 대한 투자 확대 전략을, 대체자산에 대해선 중립 의견을 제시한다. 채권보다 주식에 기대수익률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 시장이 가장 긍정적이고 다음으로 중국 기술주, 미국 테크주 순으로 투자 우선순위를 전망한다. 미국채는 펀더멘털 대비 우려가 크게 반영되어 가격 측면에서 투자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 달러와 유가 전망은 보수적으로 판단하지만 통화정책 완화 기조와 달러 약세 등을 고려할 때 헤지자산으로서 반사 수혜가 기대되는 금과 디지털 자산 투자는 유효할 것으로 전망한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