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4일 임기를 시작하면서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대법관 증원을 골자로 한 법원조직법 개정안과 내란특검법 등 3대 특검법 추진에 나섰다. 민주당은 5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와 국회 본회의를 잇달아 열고 이 법안들 중 특검법을 먼저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언제든지 법원조직법 개정안도 처리할 수 있다는 의도를 보여준 것이라며 반발했다. ◇취임 첫날 법원조직법 개정 돌입
국회 법사위는 4일 민주당 주도로 법안심사1소위를 열어 법원조직법을 처리하고 5일 본회의를 열어 3대 특검법(내란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채 상병 특검법) 및 검사징계법을 처리하기로 했다. 내란특검법은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은 각각 여섯 번째, 다섯 번째 재발의됐다. 내란특검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내란·외환 행위 등을 수사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고, 김건희 특검법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품백 수수, 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규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검사징계법 개정안은 검찰총장 외에 법무부 장관도 직접 검사 징계 청구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들 법안은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12·3 비상계엄 진상 규명과 ‘내란 종식’ 등을 공약해온 만큼 1순위 처리 법안이라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가장 논란이 되는 건 법원조직법 개정안이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사법부 장악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이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상고심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직후 개정안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김용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대법관을 14명에서 30명으로, 장경태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100명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소위에서 30명 증원안을 통과시켰고, 국민의힘 법사위 위원들은 집단 반발하며 전원 퇴장했다.
민주당이 여당인 상황에서 대법관 정원이 늘어나면 민주당 성향에 맞는 대법관을 대거 임명해 입법·행정에 이어 사법권까지 독식할 것이라는 게 국민의힘의 지적이다.
다만 민주당은 이날 오후 5시로 예정돼 있던 법사위 전체회의는 일단 취소했다. 박희승 민주당 의원이 대법관 증원 법안에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내부 논의가 길어진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민주당은 5일 오후 2시로 예정된 본회의 전 법사위 전체회의를 열어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국힘, 여론 호소 외 입법 못 막아민주당은 본회의에서 법원조직법을 제외한 3대 특검법과 검사징계법만 일단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법원조직법은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한 법안인 만큼 섣불리 밀어붙이다가 역풍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국민의힘에서는 법사위 처리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 민주당이 언제라도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고 표결에 나서면 107석 소수 야당인 국민의힘이 저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이 대통령과의 오찬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여당이 본회의에서 처리하려는 법안은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을 말씀하셨던 것과는 괴리가 매우 크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법안을 단독으로 상정해 처리하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을 건의하는 방식으로 입법을 저지해왔다. 그러나 정권 교체로 이제는 그마저도 불가능해졌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