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3년 전 내줬던 서울·충청 탈환…부산서도 민주당 후보 첫 40%대 득표

입력 2025-06-04 17:42
수정 2025-06-05 01:25
6·3 대통령 선거에서 대한민국은 동서로 갈라졌다. 수도권과 충청을 포함한 국토의 서쪽은 이재명 대통령 손을 들어줬다. 전통적 보수 강세 지역인 강원·영남 등 동쪽에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했지만 종전 선거에 비해 기존 지지층의 결집이 약해졌다. 비상계엄으로 인한 탄핵으로 치러진 선거인 만큼 정권 심판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서울과 경기·인천, 충남·충북·세종·대전, 전남·전북·광주, 제주 등 11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국토의 서쪽에 있는 모든 지역에서 김 후보를 제쳤다. 이 대통령의 전국 득표수는 1728만7513표로 역대 최다이고, 득표율은 49.42%로 50%에 육박했다.

승부처는 서울 등 수도권과 충청 지역이었다. 서울, 충남·충북·대전에서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의 패배를 만회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에서 47.13%를 얻어 김 후보(41.55%)를 5.58%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충남과 충북, 대전에선 각각 47.68%, 47.47%, 48.50%를 얻었다. 김 후보를 각각 4.42%포인트, 4.25%포인트, 7.92%포인트 앞섰다.

경기와 인천에선 격차를 더 벌렸다. 전 지사 간 맞대결로 관심이 컸던 경기 지역은 35대 지사인 이 대통령이 52.20%를 득표해 32~33대 지사인 김 후보(37.95%)를 14.25%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지난 대선 때 5.32%포인트에 비해 격차가 크게 확대됐다. 이 대통령의 지역구가 있는 인천은 이 대통령 51.67%, 김 후보 38.44%로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수도권과 충청 지역에서 이 대통령이 모두 승리한 것은 중도층이 국민의힘 지지를 철회한 것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서울과 충남·충북·대전 지역의 반전이 두드러졌다. 지난 20대 대선 때만 해도 네 지역은 모두 윤석열 전 대통령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지난해 총선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윤 전 대통령 실정에 국민의 실망이 계속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네 지역에 배정된 74석 중 57석을 따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이번 대선에서도 이런 흐름은 이어졌다. 서울에서는 김 후보에 대한 지지를 거둔 보수 지지자들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9.94%)로 옮겨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전통적인 진보 강세 지역인 전남·전북·광주에서의 압도적인 승리 흐름을 이번에도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세 지역에서 각각 85.87%, 82.65%, 84.77%를 득표했다. 지난 대선 때도 세 지역 유권자의 83~86%가 이 대통령을 뽑았다.

이 대통령의 득표율은 지난 대선과 비슷했지만 국민의힘 후보의 득표율은 크게 낮아졌다. 윤 전 대통령은 20대 대선 때 전북에서 역대 보수정당 후보 중 가장 높은 14.42%를 득표했다. 광주(12.72%)와 전남(11.44%)에서도 10% 넘는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이 지역 유권자들은 김 후보에게 8~10%의 표를 던지는 데 그쳤다.

국토의 동쪽에선 김 후보가 승리를 거뒀지만 이 대통령도 분전했다. ‘보수의 심장’인 대구와 경북에서 김 후보는 각각 67.62%, 66.87%를 얻어 70%를 넘기는 데 실패했다. 20대 대선에 비해 10%포인트 가까이 득표율이 하락했다. 이 대통령의 득표율은 소폭 상승했다. 특히 고향인 경북 안동에서 31.28%를 얻어 경북 득표율인 25.52%를 크게 웃돌았다.

울산과 강원에서는 접전이 벌어졌다. 울산에선 이 대통령이 42.54%를 얻어 김 후보(47.57%)를 5.03%포인트 차로 따라붙었다. 강원은 이 대통령 43.95%, 김 후보 47.30%로 나타났다. 격차는 3.35%포인트로 전국 광역시·도 중 가장 적었다. 이 대통령은 부산에서 40.14%를 득표하며 민주당 후보로는 처음으로 이 지역에서 40% 고지를 찍었다.

강진규/하지은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