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모기업인 한진그룹의 조원태 회장(사진)이 "한국의 차기 정부가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항공 산업이 관세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방안을 우선 과제로 삼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 2일(현지시간)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 참석차 방문한 인도 델리에서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하며 이같이 밝혔다.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새 정부가 예측 가능한 경영 환경을 만들어주길 원한다는 바람을 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 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지속한 국정 혼란을 두고 “세계 경제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기업 활동에 큰 부담이 됐다”며 대미 통상 협정 체결이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IATA 연차총회에서 “이 (미국의 관세) 문제는 대한항공에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관세가) 기업 활동에 큰 혼란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과 중국 간 관세 전쟁에 따른 항공 화물 운송 수요 감소는 물론 항공 산업 생태계도 위협을 받고 있어서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부터 민간 항공기와 제트엔진, 부품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있다. 미국 보잉과 함께 민간 항공기 시장을 양분한 유럽 에어버스를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한항공도 보잉과 에어버스의 항공기를 구매하고 이들 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만큼 미국의 관세 부과가 수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조 회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결되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대러 제재가 풀리면 대한항공은 러시아 영공을 통과하는 항로 운항을 가장 먼저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도 했다.
조 회장은 이번 연차총회에서 '항공업계의 유엔총회'로 불리는 IATA의 최고 정책 심의·의결 기구인 집행위원회 위원으로 3번째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조 회장은 2019년 처음 임기 3년의 집행위 위원을 맡은 뒤 2022년에 한 차례 연임한 데 이어 이번에 두 번째로 연임했다. IATA 집행위는 전 세계 항공사의 최고경영자(CEO) 중 전문지식과 경륜을 바탕으로 선출된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