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전략폭격기 3분의 1가량이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지며 러시아의 글로벌 군사 전략이 흔들리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핵무기 운반 수단으로 쓰이는 투폴레프(Tu) 전략폭격기 상당수가 파괴돼 러시아의 핵 전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주요 외신은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내 전략 공군기지 최소 4곳을 동시에 타격해 적게는 14대, 우크라이나 측 주장으로는 41대의 Tu-95, Tu-22 등 군용기가 손상됐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보유한 전략폭격기의 약 34%가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보유한 전략폭격기는 현재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노후 장비다. Tu-95와 Tu-22는 옛 소련 시절 설계돼 1950년대부터 운용된 장거리 폭격기다. 노후 기체지만 대형 탄두 적재 능력과 긴 항속 거리를 갖춰 러시아의 핵 전력 운영에서 핵심 역할을 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의 이번 기습 공격이 러시아의 글로벌 군사 전략을 뒤흔들었다며 광범위한 지정학적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장거리 폭격기 전력이 크게 손상되면서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주변 국가와 전쟁을 수행할 능력은 물론 미국같이 멀리 떨어진 경쟁자들을 위협할 역량도 약화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드론의 공격 대상이 된 올레냐, 벨라야, 이바노보, 댜길레보 등 러시아 공군기지는 러시아 본토 깊숙한 지역에 위치한 전략 거점이다. 그동안 이들 기지는 ‘안전지대’로 간주돼 왔지만, 이번 공격으로 그런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이 때문에 군용기 보호 조치와 전력 재배치가 불가피해졌다. WSJ는 “러시아는 전력을 본토 깊숙이 숨기는 쪽으로 운용 방식을 바꿔야 할 것”이라며 “이는 작전 시 관측·탐지 가능성이 커져 오히려 러시아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내부가 동요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러시아는 세계 2위의 군사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 5000㎞가량 떨어진 공군기지조차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군사 강국으로서 자부심이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됐다. 향후 정보기관 내부 숙청 등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CNN은 러시아 입장에서 대규모 파괴를 감행할 능력이 저하된 것도 문제지만 전쟁을 무한정 계속할 수 있다는 내부 인식이 흔들리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예측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