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법과 소통땐 '기각' 얘기"…金 "대법에 내통자 있다고 실토"

입력 2025-06-02 18:05
수정 2025-06-03 02: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대법원의 공직선거법 유죄 취지 파기환송과 관련해 “대법원이 기각해 주자는 쪽이었다고 한다”며 “어느 날 갑자기 (판결이) 바뀌었는데, 제가 겪은 많은 일 중 가장 황당한 일”이라고 2일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 발언이 사실이면 사법농단”이라고 공세를 폈다.

이 후보는 이날 친민주당 성향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 출연해 “다른 일은 어느 정도 예측했는데, 이건 전혀 못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법원 쪽에서 (결과와 관련해) 소통이 오지 않느냐”며 “사람 사는 세상이기에 (소통이) 없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들은 바로는 (대법원이) 빨리 깔끔하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기각해 주자’였다고 한다”며 “그래서 (기존 일정보다 빨리) 선고한다고 하니 ‘고맙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이 후보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판결이) 바뀌었다고 하더라”며 “저도 법조인으로 먹고산 지 수십 년이고 정치도 오래 해 산전수전 다 겪었는데 이번 일은 정말 황당무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걸로 사법부 전체를 불신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고, 저는 지금도 여전히 신뢰한다”면서도 “그 신뢰도가 조금 떨어지긴 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이 검토해야 할) 증거가 6만 쪽인데 이틀 동안 못 본다”며 “(이를) 안 보고 판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그동안 자신의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이번 방송에서 이례적으로 길게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 발언이 알려지자 강하게 비판했다. 김문수 당 대선 후보는 “이 후보는 대법원에 내통자가 있다는 말이냐”며 “대법원은 당장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놔야 하고, 대법원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힌다면 이 후보 발언은 중대한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후보와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대법관 증원도 결국 ‘개딸 대법관’ ‘털보 대법관’ 만들어 놓고 자기 입맛대로 사법부를 통제하겠다는 것”이라며 “법원은 이재명의 액세서리로 전락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김용태 당 비상대책위원장도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은 대법원을 정치 하청기관으로 여기고 있다”며 “(대법원은) 사법부 명예와 존엄을 지키려면 지금 당장 입장을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이 후보가 대법원과 직접 소통했다고 말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대해 “조작과 왜곡은 정말 옳지 않다. 내용을 잘 보시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김형규/정소람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