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 때아닌 커피 원가 논란이 있었다. “커피 한 잔에 8000~1만원 받을 수 있는데, 알아보니 원가가 120원이더라”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발언이 논란을 불렀다. 커피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우리가 폭리를 취한다는 거냐”며 반발했고, “인건비와 임차료는 원가에 안 들어가느냐”는 비판이 뒤따랐다. 이 후보나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이나 원가, 가격, 이윤에 대해 오해하고 있기는 매한가지다. 그들은 무엇을 착각하고 있을까.
◇커피 원가는 얼마일까커피 원가부터 따져보자. 자영업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커피점에서 사용하는 원두는 저렴한 것도 1㎏짜리 한 팩에 1만7000원이다. 아메리카노 한 잔(더블샷)에는 원두 20g이 들어간다. 사용 과정에서 버려지는 양을 감안하면 원두 1㎏으로 커피 40잔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커피 한 잔당 원두 가격은 최소 425원이다. 고가 커피 프랜차이즈가 가맹점에 납품하는 원두 가격은 ㎏당 3만원이 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3만원으로만 잡아도 한 잔당 750원이다.
라테에는 우유가 추가된다. 라테 한 잔에 보통 우유 200mL를 넣는다. 우유 가격을 L당 2000원으로 잡으면 잔당 400원이다. 생두를 사서 로스팅하면 원두 원가를 낮출 수는 있다. 그러나 로스팅 장비 하나에 수천만원이 들어간다. 인건비까지 감안하면 소규모 카페는 오히려 손해다.
또 있다. 원두와 우유는 커피 판매량에 따라 변하는 비용, 즉 가변 비용이다. 이것 말고 고정 비용이 있다. 아무리 작은 카페도 전기요금이 한 달에 수십만원 들고, 임차료도 내야 한다. 카페 인테리어에 1억원은 우습게 깨진다. 이런 것은 커피를 한 잔도 못 팔아도 들어가는 비용이다. 이 후보가 저지른 실수는 커피점의 비용 중 가변 비용, 그중에서도 일부에 불과한 원두 가격만 언급하면서 판매 가격에서 원두값을 뺀 전부가 커피점의 이윤인 것처럼 말했다는 점이다. ◇커피 원가와 커피 가격의 관계자영업자들은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해 “커피 원가는 120원보다 훨씬 높다. 우리는 폭리를 취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커피 원가와 커피 가격은 상관이 없으며 원가 120원짜리를 1만원에 팔아도 문제가 될 건 없다”고 하는 것이 경제학적으로는 더 적절하다.
생산 과정에 투입된 비용이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결정한다는 관념은 오래된 착각이다. 그 기원은 18세기 경제학자들의 노동가치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노동가치설은 이미 150년 전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카를 멩거가 주창한 ‘주관적 가치론’에 의해 깨졌다. 주관적 가치론의 핵심은 재화와 서비스의 ‘객관적 가치’는 없으며 소비자의 ‘주관적 판단’, 즉 소비자가 얻는 효용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비싼 재료를 써서 만든 상품도 소비자가 찾지 않으면 원가 이하로 ‘땡처리’해야 한다. 반면 전국에서 몰려들 정도로 인기가 있는 상품이라면 원가의 두세 배 혹은 그 이상 비싼 가격에도 판매할 수 있다. 시장경제에서 적정 가격이란 것은 없다. 그때그때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균형 가격이 있을 뿐이다. 적정 가격이 없으니 적정 이윤 또한 있을 수 없다. 정말로 커피 원가가 120원이고, 그것을 1만원에 팔아 자영업자들이 큰돈을 번다고 해도 잘못된 일은 아니다. ◇이윤을 제한하면 소비자에게 손해원가에 ‘적정한’ 수준의 이윤을 붙여 가격을 정하게 하면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낮아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반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적정 가격과 적정 이윤이 있다면 기업과 생산자는 원가 절감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어진다. 원가를 낮추면 이윤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2013~2022년 시행된 원유 가격 연동제가 그런 부작용을 낳았다. 우유 원재료인 원유 가격에 생산비가 반영되도록 하자 우유 수요가 감소하는데도 우유 가격이 오르는 일이 일어났다.
높은 이윤을 얻을 수 없다면 기업은 혁신을 게을리하고 좋은 제품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덜 하게 될 것이고, 그 결과 시장에는 질 나쁜 싸구려 상품만 넘치게 될 것이다.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가 원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팔린다는 것은 그만큼의 부가가치를 더해 소비자에게 높은 효용을 제공한다는 뜻이다. 비난할 일이 아니라 장려할 일이다.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