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골든크로스"·이준석 "金 졌다"…'내부 여론조사' 어떻길래 [정치 인사이드]

입력 2025-06-02 13:19
수정 2025-06-02 13:50

대선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인 이른바 '깜깜이 기간'에 각 정당이 내부 여론조사 등을 언급하며 지지층 독려에 나서고 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경기 의정부 유세를 마치고 "여러 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보다) 앞섰다는 '골든 크로스' 결과가 나온다. 판은 뒤집혔고 대반전이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내부 조사에서 최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이 흘러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경기지사 시절 치적으로 꼽히는 광교신도시에서 유세를 시작한 김 후보는 "이곳은 30만 평도 안 되는 대장동보다 10배 이상 크지만 많은 사람이 죽고 구속돼 단군 이래 가장 비리와 의혹이 많다고 하는 대장동에 비해 죽은 사람 하나 없다"고 말했다. 본인의 후임으로 경기지사를 지낸 이재명 후보와의 성과 등을 비교하며 자신을 부각하고자 한 취지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골든크로스'를 자신할 근거는 없어 보인다"는 입장이다. 앞서 천준호 민주당 중앙선대위 전략본부장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공표 금지 직전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를 저희가 전화 면접 기준으로 합산해 본 결과, 현재 여론 지형은 지난주에 예상했던 대로 주요 후보 지지도가 정당 지지도에 수렴되는 모양새를 보인다"면서 "그 흐름은 유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쪽 지지층이 선거 후반부에 막판 결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기 때문에 여론조사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막판까지 긴장하면서 추위를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거 구도는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이날 아침 페이스북을 통해 "세밀한 조사와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김문수 후보는 이미 분명히 졌다. 단일화 여부와 관계없이 어떤 방식으로도 이길 수 없다"면서 "이준석에게 던지는 한표는 범보수세력이 젊음을 바탕으로 새로 시작해보라는 투자의 시드머니 한 표"라고 적었다.

깜깜이 기간에 각 캠프는 내부 여론조사를 돌려 전략을 세운다. 선거일 6일 전부터 선거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가 적용된 것은 지난 2005년부터다. 앞서 1992년에는 선거일 28일 전부터, 1994년에는 22일 전부터로 제한됐다. 선거 직전까지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될 경우, 밴드웨건 효과(대세 추종)와 언더독 효과(약자 응원 심리) 등 공정성 훼손 우려가 제기된 때문이다. 다만 대부분 주요 국가에서는 이러한 기간을 두지 않고 있다. 세계여론조사협회에 따르면 미국, 영국, 캐나다, 일본 등을 포함해 34%가 공표 금지 규정이 없다. 25%는 1~6일, 18%는 7일 이상을 깜깜이 기간으로 두고 있다.

최근 캠프 별로 나오는 이러한 메시지는 지지층 결집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가 앞서는 판세 속 "그래도 해볼 만한 선거"라는 프레임으로 전환해 표심을 자극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내란으로 치르는 선거인데 압도적인 득표율 차이로 당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송인 김어준 씨는 이날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지난 대선에서 뚜껑을 열어봤더니 0.7%포인트 차이였다. 그전까지 여론조사가 10%포인트 이상 차이 나는 게 많았기 때문에 이재명 후보의 주요 지지층인 40대 투표율이 낮았다. 정치 고관여층이 그런 뉴스를 많이 접하니까 '이번 대선 어려운가 보다' 하고 투표를 안 해서 그랬다. 가스라이팅 당한 것"이라면서 지지층에게 투표를 당부했다.

3자 구도에서 이준석 후보가 3위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개혁신당은 깜깜이 기간 전 지지율이 10%도 나온다는 여론조사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낙선하더라도 예상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면 선거 후 보수 지형이 이준석 후보에게 더 유리하게 돌아갈 수 있다는 셈법으로 해석된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