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선 사전투표가 첫날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지난달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돼 대선이 확정될 때만 해도 ‘싱거운’ 대선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막상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예상치 못한 변수가 이어지며 투표에 참여해야겠다는 유권자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지율 추이만 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대세론이 계속됐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다양한 사건이 발생했다”며 “각 후보의 전통적 지지자와 중도층 모두 어느 때보다 선거에 관심을 많이 기울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2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사전투표율(오후 6시 기준)은 19.58%로, 전국 단위 선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국 유권자 4439만1871명 가운데 869만1711명이 투표에 참여하면서다. 지난 대선 당시 같은 시각 사전투표율은 17.57%였다. 전남(34.96%)이 사전투표율이 가장 높았고 전북(32.69%) 광주(32.10%) 순으로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대구는 13.42%를 기록하며 투표율이 가장 저조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호남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다”며 “비상계엄 및 지난 정권을 심판하려는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반면 TK(대구·경북) 지역은 투표율이 떨어졌다. 지난 대선에서 12.21%, 17.21%였던 대구와 경북 사전투표율은 각각 10.74%, 13.77%로 내려갔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지역별 사전투표율과 지지 성향은 직접 관계가 없어 보인다”며 “보수 지지층 중 일부는 부정선거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못해 사전투표를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권 인사들은 지난 28일부터 다음달 3일 본투표 당일까지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깜깜이 기간’에 들어간 만큼 현재 판세가 크게 흔들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게다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단일화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정치권에서는 이준석 후보에 대한 ‘사표(死票) 심리’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단일화가 수포로 돌아간 가운데 지지율이 더 높은 김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려는 움직임이 어느 정도로 나타나는지에 따라 최종 득표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중도 보수 표심이 이준석 후보를 향하느냐, 다른 후보를 향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도 ‘이준석 표 끌어안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단일화는 결국 무산됐지만 투표장에서 유권자 선택에 따른 단일화가 이뤄질 것”이라며 “이준석 후보 정책 공약 중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최대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이준석 후보는 같은 날 경기 성남시 판교 유세에서 “정치 14년 차인데 아직 ‘어리니까 기다려’라고 가스라이팅 속에 살고 있다”며 자신을 찍어줄 것을 촉구했다.
대선 후보 TV 토론 과정에서 불거진 여성 신체 관련 발언이 이준석 후보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해당 발언으로 무당층에 속해 있던 2030 여성층이 상당히 이탈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직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 표심도 관건이다. 민주당은 계엄에 반대한 표심이 이재명 후보로 쏠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 사법부를 겁박하고 무리한 입법을 강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큰 만큼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소람/이슬기/양현주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