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하도상가 상인들이 요구하는 임대료 감면 등에 대해 “현재로서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개정 등을 통해 재난 상황에서 임대료를 한시 인하할 수 있도록 했지만 비상계엄이나 탄핵 정국 등 정변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던 2020년 3월 감염병 확산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공유재산 임차인에게 한시적으로 대부료율(임대료)을 하향 조정해주는 내용의 ‘서울시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 조례 개정안’을 시의회에 제출해 통과시켰다.
시는 같은 해 행정안전부에 관련 법령 개선을 건의했고 행안부는 공유재산법 시행령을 바꿔 감염병 유행 등 재난 상황에서 임대료 감면을 공식 허용했다.
시는 지하상가 상인회에 개별 점포의 매출 감소를 입증할 카드 매출, 세금계산서, 장부 등 자료를 취합해 제출하도록 했고, 이를 근거로 감면 대상과 감면율을 결정해 통보했다. 이에 필요한 재원은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마련했다. 서울시는 점포별 매출 감소폭에 따라 30~50% 등으로 감면율을 차등 적용했다.
시 관계자는 “현행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따라 감염병 등 재난 상황에 한해서만 한시적인 임대료 인하가 가능하다”며 “비상계엄이나 탄핵정국에 따른 경기 침체는 법적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인들의 어려움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가 의지만 있다면 코로나19 팬데믹 때처럼 임대료 감면에 나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지하도상가상인연합회 관계자는 “비상계엄은 명백한 정부 실책이므로 2020년에 그랬듯 시 차원에서 상위법 개정 건의와 조례안 제출, 추경 편성 등을 통해 법적 근거와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