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이 5개월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원·달러 환율이 두 달째 내리막을 타며 1360원대까지 주저앉자 달러로 물품을 구매하는 수입업체 등이 저가 매수에 나선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지난 28일 기준 641억1400만달러로 집계됐다. 4월 말(577억1300만달러)보다 64억100만달러(11.1%) 증가했다.
5대 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비상계엄 사태로 환율이 치솟은 지난해 12월 말 637억9500만달러로 급증했다가 올 들어선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감소했다. 고점으로 여겨진 1450원을 넘나들자 차익 실현에 나선 투자자와 기업이 늘어난 영향이다.
하지만 이달 들어 환율이 1400원 밑으로 떨어지자 달러 매수세가 다시 강해지는 양상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일 1398원으로 내려온 뒤 1300원대에 안착하는 분위기다. 26일에는 1366원40전에 거래를 마쳐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주간 종가는 1375원90전으로 60전 떨어졌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1480원대까지 올랐던 환율이 한 달 만에 100원 넘게 내려가자 수입업체들이 미리 달러를 사두는 분위기”라며 “수출업체들은 상황을 관망하며 달러를 보유 중이기 때문에 당분간 달러 예금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시장에선 환율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미국이 12일 중국과 90일간 상대 국가에 부과한 상호관세를 각각 115%포인트 인하하기로 합의하는 등 관세 협상에서 강경한 태도를 누그러뜨리면서 원화 가치를 짓눌러온 무역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되고 있어서다. 상상인증권은 최근 이 같은 변화를 반영해 올해 원·달러 환율 전망치의 하단을 1330원에서 1300원으로 낮췄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무역정책에 관한 우려가 잦아들면서 원화가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보다 저평가받는 경향이 완화됐다”며 “미국이 쌍둥이 적자 해소를 위해 교역 상대국의 통화 절상을 유도할 수도 있기 때문에 환율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