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안 마셔요"…코로나 때 수준으로 주가 밀린 '이 회사' [종목+]

입력 2025-05-28 08:53
수정 2025-05-28 09:34

롯데칠성 주가가 장기간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4년 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소비 경기 침체로 제품 판매가 줄면서 실적이 악화한 영향이다. 다만 증권가에선 올해 롯데칠성의 실적이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이면서 주가도 반등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칠성은 전날 0.39% 내린 10만1800원으로 마감했다. 최근 한 달(27일 기준)간 6.26% 하락했다. 이 기간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롯데칠성 주식을 각각 79억원과 84억원어치 팔아치우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지난해 6월17일 기록한 52주 최고가(14만6100원)와 비교하면 30.32% 빠진 수준이다.


롯데칠성 주가는 올 들어 10만원대로 밀려났는데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판매 부진 우려가 극에 달했던 2021년 1월8일(종가 기준 10만9000원) 수준이다. 주가가 하락하자 개인투자자들도 평가손실을 보고 있다. 네이버페이 '내자산 서비스'에 따르면 전날 기준 롯데칠성 투자자 1395명의 평균 매수가는 12만2018원으로 평균 손실률은 16.57%에 달한다.

1950년 설립된 롯데칠성은 칠성사이다와 펩시콜라 등 음료 제품과 처음처럼·새로·클라우드·청하 등의 주류를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서 음료·주류 공장을 각각 6곳, 5곳 운영하고 있다.

주가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건 소비 침체에 제품 수요가 꺾이면서 실적이 악화한 탓이다. 롯데칠성은 당장 지난 1분기에도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에 미달하는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롯데칠성의 지난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와 32% 줄어든 9103억원, 250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 전망치인 9674억원과 436억원을 크게 밑돌았다.

음료 매출액이 4082억원으로 5% 감소했다. 제품가를 인상했음에도 수요가 더 빠르게 줄어들면서다. 주류 매출액은 1929억원으로 10% 감소해 타격이 더 컸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음료·주류 매출이 감소한 가운데 일회성 요인들이 겹치면서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해외 사업에서도 고전했다. 롯데칠성의 해외 자회사 합산 매출액은 3405억원으로 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억원으로 74%나 줄었다. 필리핀펩시의 매출액은 2542억원으로 5%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이 33억원으로 적자폭이 확대됐다. 미얀마에서는 매출액이 60억원으로 43% 줄었고 영업손실은 1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그나마 파키스탄에서 매출액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40%와 246% 증가한 390억원, 39억원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박성호 LS증권 연구원은 "필리핀펩시의 공장 이전에 따른 매출 공백과 추가 비용 발생으로 아쉬운 실적을 냈다"고 분석했다.

다만 롯데칠성이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개선)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고 현재 주가도 저평가 상태인 만큼 점진적인 반등이 가능할 것이란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롯데칠성은 지난 1분기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로 전년 대비 30% 증가한 2400억원을 유지했다.

롯데칠성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전날 기준 0.68배로 1배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실적에 대한 우려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치투자에 나서는 브이아이피자산운용도 지난해 3월8일부터 이달 23일까지 롯데칠성 매매를 통해 보유 지분율을 기존 6.67%에서 7.8%로 높였다.

권우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오는 3분기부터 본격적인 이익 개선이 기대된다"며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원가 부담도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롯데칠성의 경우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원가가 30억원 개선되는 효과를 본다"며 "연중으로는 '상저하고'의 실적 흐름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이경신 iM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 기저 부담 축소와 해외 사업을 통한 성장 전환의 여지가 존재한다"며 "동종업체 대비 낮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고려했을 때 실적 우려 해소 이후 주가 상승 가능성을 열어 둔다"고 말했다.

다만 단기 주가 반등은 제한적인 수준일 것이란 시각도 있다. 정한솔 대신증권 연구원은 "낮은 밸류에이션과 중장기 해외 성과를 고려할 때 저가 매수는 유효하다"면서도 "긴 호흡의 투자를 권한다"고 말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