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이 챗GPT 창시자 샘 올트먼이 설립한 블록체인 기반 인격증명 프로젝트 '월드(World, WLD)'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번 협력으로 카이스트는 다음달부터 아시아 최초로 '익명 다자간 계산(Anonymous Multi Party Computation·AMPC)' 노드 운영에 참여하게 된다.
AMPC는 월드의 개발사 툴스포휴머니티(Tools for Humanity, TFH)가 개발한 오픈소스 보안 프로토콜이다. 월드의 홍채 인식 장치 '오브(Orb)'를 통해 수집된 생체 정보를 개별적으로 암호화하고, 이를 여러 독립된 노드에 분산해 연산함으로써 민감 정보를 노출하지 않고도 신원 인증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카이스트는 이번 협약을 통해 미국 UC 버클리, 독일 프리드리히 에를랑겐-뉘른베르크 대학교(FAU), 이더리움 개발사 네더마인드(Nethermind) 등과 함께 월드 생태계의 글로벌 노드 파트너로 합류했다. 카이스트는 AMPC 기술의 실제 운영 환경 구현 및 성능 개선 역할을 맡는다.
카이스트의 AMPC 노드 운영을 이끌게 된 신진우 카이스트 교수는 28일 블루밍비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협업의 배경에 대해 "인공지능(AI) 시대에 인간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월드의 철학이 카이스트의 연구 방향과 맞닿아 있었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AMPC는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도 자신이 AI가 아닌 인간임을 증명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이러한 기술적 혁신성과 윤리적 정당성에 공감하여 월드와의 협력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카이스트는 기술적 역량 뿐만 아니라 정책과 윤리를 포괄하는 연구 거버넌스를 갖춘 기관"이라며 "아시아 최초로 AMPC 노드를 운영하게 된 것은 단순한 기술력 그 이상으로, 사회적 신뢰를 기반으로 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실제 노드 운영에는 카이스트 학생들이 직접 참여할 예정이다. 3~4명의 학생이 로테이션 체계로 24시간 노드를 관리하며, 시스템 운영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기술적 미비점을 개선하는 역할을 맡는다. 신 교수는 "학생들이 현장 기술을 직접 체험하고, 향후 관련 산업 진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적 가치도 크다"고 말했다.
월드의 생체 정보 활용 구조와 관련한 법적 리스크에 대해서는 카이스트 내부적으로도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충분한 자문을 통해 (월드의) 시스템 구조를 검토했다"며 "개인정보가 암호화돼 분산 저장되는 방식이어서 운영상의 실수로 인해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월드와의 기술 연구 협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말도 남겼다. 신 교수는 "현재 협업 범위는 노드 운영에 국한돼 있다"며 "하지만 카이스트가 가상자산(암호화폐)과 AI의 결합에 개방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만큼 연구 확장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전했다.
이어 "단순히 기술적으로 뛰어난 AI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적 신뢰 위에서 작동하고 공공의 이익에 기여하는 AI를 만들고 싶다"며 "기술이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되는 AI 시대를 월드와 함께 만들어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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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두현 블루밍비트 기자 cow5361@bloomingbit.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