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선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28일 각 정당과 대선 후보는 한목소리로 지지자들에게 투표에 나서 달라고 독려했다. 대선이 1주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최대 변수로 꼽히던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단일화가 사실상 물 건너가자 지지층을 얼마나 많이 투표장에 끌어오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결과다. 각 정당은 후보에게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실언’ 리스크도 우려하고 있다. ◇국힘·민주 모두 “투표율 끌어올려야”정치권에 따르면 사전투표(29~30일) 전날인 이날까지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는 단일화 관련 논의를 시작하지도 못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저희가 협상하고 접촉하고 이런 것으로 해결할 국면은 이미 지나갔다”며 “이제는 협상하는 그런 차원보다는 미래를 위해 이준석 후보가 생각해 주시기를 간곡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등을 통한 단일화 협상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이준석 후보의 자진 사퇴 외엔 방법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천하람 개혁신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김 후보로의 단일화는 ‘자해적인 단일화’라고 생각한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사전투표 전 단일화가 무산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대세론을 흔들 변수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정치권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역대 대선을 보면 공표 금지 직전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선거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선 1주일을 남기고 대세론을 뒤집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유튜브에 나와 “(이준석 후보의) 완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보수층이 지금 굉장히 무력감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고 진단했다.
이재명 후보 측은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천준호 민주당 선대위 전략본부장은 이날 라디오에 나와 “여론조사는 수치일 뿐 선거는 결국 직접 나가서 투표해야 결과로 이어지기에 약간의 우세 흐름이 유지된다고 안심할 일은 아니다”고 했다. 특히 사전투표일 이틀 모두 평일인 것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론조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보수 지지층의 투표를 끌어내는 것을 관건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실언 리스크’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재명 후보의 ‘호텔경제학’ ‘커피 원가 120원’ 등 발언이 지지율 변화를 불러온 만큼 남은 기간 지지율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7일 이준석 후보가 여성 신체 대상 폭력 관련 발언을 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세 후보 모두 사전투표민주당은 남은 기간 실점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최근 절제되고 겸손한 자세로 선거에 임하라고 각 지역에 지침을 내렸다. 과도한 율동을 자제하고, 민주당이 승리한 듯 보이는 행동을 금지하라고 주문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다 이긴 것처럼 너도나도 춤추는 모습이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되지 않아 절실하게 유세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후보의 표를 최대한 가져와 사실상 단일화 효과를 누리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준석 후보를 찍으면 사표가 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일부 인사는 ‘준찍명’(이준석을 찍으면 이재명이 된다)을 내세우고 있다. 개혁신당은 3자 구도에서 이준석 후보가 승리한 ‘동탄 모델’을 앞세워 1위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울 전망이다.
세 후보는 모두 29일 사전투표를 할 계획이다. 이재명 후보는 서울 신촌에서 청년들과 함께 사전투표를 한다. 비상계엄 이후 탄핵까지 ‘빛의 혁명’을 이끈 주역들과 함께하겠다는 취지다.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역구인 인천 계양에서, 이준석 후보는 자신의 지역구인 화성 동탄에서 각각 표를 행사할 예정이다.
최형창/부산=이슬기/창원=정상원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