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지방 소멸, 제대로 된 메가시티가 필요합니다 [더 머니이스트-심형석의 부동산정석]

입력 2025-05-29 06:30
수정 2025-05-29 17:06

최근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부동산 균형 발전'을 주제로 한 부동산 정책 포럼에서 토론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대부분 부동산 관련 행사의 관심사는 재테크에 쏠려 있지만, 이러한 문제야말로 국가가 사활을 걸고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을 이야기할 때 흔히 떠올리는 이슈가 저출산입니다. 수도권 집중과 저출산에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이에 따라 지방이 타격을 받게 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사실 저출산이 가장 심각한 곳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이고, 저출산이기에 수도권에 집중해야 한다는 논리까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수도권 편중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겪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일극화돼 해결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옆 나라 일본을 보더라도 도쿄가 아닌 오사카나 나고야 등의 도시도 상당한 경제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사카의 경제력이 러시아 전체 경제력을 앞선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지방 대도시도 나름의 경제력을 유지하지만, 우리는 모든 것이 서울로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대학과 일자리, 생활 인프라에 있습니다. 서울로 전입하는 인구의 51.5%는 20·30세대입니다. 인천과 경기도만 해도 20·30세대 전입자 비중이 40% 초반대로 떨어집니다. 앞에서 언급한 조건이 상대적으로 빈약하기 때문입니다.

지역별로 보면 유출되는 인구는 영남권이 많고, 유출되는 비중은 호남권이 많습니다. 이 또한 대학과 일자리, 생활 인프라가 부족한 탓으로 풀이됩니다. 문화, 쇼핑, 의료 등 인프라 전반이 부족하고 양질의 교육시설과 일자리도 모자라니 청년층부터 서울로 떠나는 것입니다.

그 결과로 발생하는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지금까지 상당한 예산이 쓰였지만 별다른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대책으로는 미래에도 성과를 만들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을 대체할 도시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를 살펴보면 지금까지 균형발전 정책은 낙후지역 개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습니다. 공항은 A 도시, 철도는 B 도시, 경제자유구역은 C 도시, 혁신도시는 D 도시로 밀어주는 소위 이야기하는 '나누어 먹기' 입니다. 특정 기능에 뛰어난 도시를 만들 순 있지만, 모든 기능을 아울러 판단하면 '살기 애매한 도시'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15분 도시'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누구나 15분 이내에 문화·의료·교육·복지·여가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도시를 말합니다. 세계 주요 도시들이 앞다퉈 추진 중이며, 시민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합니다. 콤팩트시티(compact city)와 유사한 개념인데 사실 우리는 도시발전의 방향을 집적보다는 분산으로 잡은 것 아닌지 우려됩니다.

서울을 보더라도 도심 용적률은 제한하면서 외곽만 고층화 시키고 있습니다. 선진 외국과는 반대의 방향으로 가는 겁니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화이트 존을 적용해 최대 1700%의 용적률을 적용하는데 여타 도심 또한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대로 된 메가시티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기능을 한 도시에 집중해야 합니다. 한국은행 등 다양한 기관의 연구를 살펴보면 지방소멸을 막는 유일한 방법도 메가시티(거점도시)입니다. 지방에 모든 도시 기능을 집약한 제2, 제3의 서울을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특화산업 또한 고민해야 합니다. 20·30세대 유출의 가장 큰 원인은 일자리입니다. 지방 도시마다 유사한 첨단업종을 유치하겠다고 노력하는데, 이는 허울 좋은 말장난일 뿐입니다. 첨단업종은 지방으로 가지 않습니다. 이를 상수로 생각해서 지역 특성에 맞는 산업을 육성해야 합니다.

가령 부산을 살펴보면 선박과 해운으로 특화된 제2 금융 중심지입니다. 다만 그 규모를 생각하면 인구 330만 도시에 선택할 특화업종은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조심스럽지만 금융산업을 선택하려면 은퇴자들의 자산관리가 좋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 부의 50% 이상을 보유한 베이비부머를 유치하고 이들의 자산을 관리한다면 부산이라는 도시의 먹거리로 충분할 것입니다. 있는 기업마저 내보내면서 노인만 남은 도시로 바뀌어 가는 부산에 적용하기 좋은 특화 금융업종이라 판단됩니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큰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에 앞서 방향을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지방소멸에도 골든 타임이 있는데, 그 시간이 지나가고 있지 않은지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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