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기름은 식재료 가운데서 오해를 많이 받는다. 살이 찐다거나 건강에 해롭다는 식의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이 삼겹살을 굽고 흘러내리는 돼지기름을 주로 보다보니 생겨난 인식이다. 하지만 돼지기름은 억울하다. 다양한 영양가를 포함한 돼지기름은 오히려 건강식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2020년 영국 공영방송 BBC가 돼지기름(라드유)을 세계 슈퍼푸드 8위에 선정한 것도 이 같은 효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에는 BBC Future가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건강한 음식 8위에 다시 오르기도 했다. 완두콩·토마토·고등어 등 흔히 건강식으로 알려진 식품들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한 점이 눈에 띈다.
돼지기름에는 비타민 B1, 비타민D, 콜린 등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성분들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비타민 B1은 탄수화물을 에너지로 전환해 신체 활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돼지고기의 비타민 B1 함량은 타 육류에 대비 6배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게다가 뼈와 치아 건강, 면역력 유지에 중요한 영양소인 비타민D가 돼지기름 100g당 200~300IU에 달해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뇌 기능과 간 기능에 도움이 되는 콜린도 풍부하다. 콜린은 내장 지방이 쌓이지 않도록 도와주고, 신체의 세포막을 만드는 필수 영양소로 작용한다. 돼지기름이 단순한 지방이 아니라 풍부한 영양소를 품은 지방이라는 얘기다. 트랜스지방도 함유돼있지 않다. 오히려 발연점이 높아 버터보다 요리에 적합하고, 포화지방산 비율은 버터보다 낮다.
물론 아무리 좋은 음식과 과하면 모자름만 못하다. 전문가들은 하루 돼지고기 섭취 적정량을 100~150g으로 권장하고 있다. 올바르게 선택하고 적절히 활용한다면 분명 돼지기름은 건강한 식단의 조연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돼지기름을 정제한 라드유는 요리사들의 애정템이기도 하다. 발연점이 높고 향이 적어 볶음 튀김 등 조리에서 각광받는다. 중식 요리의 대표 주자인 짜장면, 볶음밥, 탕수육은 물론, 계란볶음, 고추기름, 파 기름 등 일상적인 요리에서도 풍미를 한층 끌어올릴 수 있다. 최근 집에서 요리를 즐기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라드유를 집에서 요리 재료로 사용하는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는 올해 ‘지방의 리포지셔닝’을 목표로 하여 지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고 돼지고기 지방(라드유)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한 활동을 강화한다. 한돈의 장점은 고기 뿐 아니라 믿고 먹을 수 있는 라드유도 포함된다는 걸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특히, 한돈 라드유를 활용한 제품 전략 상품 개발 및 지원 사업 등 신규 사업을 계획 중에 있다. 손세희 한돈자조금 위원장은 “한돈은 고기뿐 아니라, 기름까지 믿고 선택할 수 있는 건강한 국산 식재료”라며 “앞으로도 한돈의 다양한 가능성을 소비자에게 알려 더 맛있고 건강한 식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