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망대해 저 멀리에서 수십개의 하얀 바람개비 모양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SK 이노베이션 E&S가 베트남 티엔장성 앞바다에 설치한 해상풍력발전기다. 배를 가까이 대니 100m가 넘는 해상풍력발전기가 티엔장 앞바다의 빠른 풍속덕에 쩌렁쩌렁한 풍절음을 내며 돌아간다. 1개당 베트남 약 5500가구가 1년간 쓸 수 있는 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 구역 36기의 해상풍력발전기가 총 20만 가구의 전기를 담당하는 셈이다.
○"베트남 티엔장은 해상풍력 최적 환경"
지난 13일 방문한 이 곳은 SK이노베이션 E&S가 운영 중인 총 150MW(메가와트) 규모의 티엔장성 탄푸동(TPD) 해상풍력 발전단지 현장이다. 호찌민시에서 남쪽으로 130km 거리에 위치한 이곳은 메콩강과 동해가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SK가 이곳에 투자한 가장 큰 이유는 환경적 조건 때문이다. 베트남은 남북으로 길게 뻗은 해안선과 계절풍 넓고 트인 동해(남중국해) 등의 영향으로 바닷바람이 세고 고르다. 권기혁 SK이노베이션 E&S 베트남 대표사무소장은 "티엔장 지역은 연평균 6~8m/s의 풍속을 가지고 있다"며 "한국에서는 먼바다까지 나가야 얻을 수 있는 바람을 연안에서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을 해상풍력단지 후보로 오랜 기간 눈독을 들여온 SK E&S는 베트남 대기업 TTC의 재생에너지 자회사 GEC와 손잡고 2022년 개발에 나섰다. GEC와 SK E&S의 지분은 55대 45. 공동운영권을 가지고 전력 수익을 분배 받고 있다. 생산된 전력은 베트남 국영전력회사에 고정가격 계약을 통해 판매중이다. 연간 약 500억원의 매출을 만들어 내고 있다.
○"2030년까지 2GW 규모 신재생에너지 확보"
SK이노베이션 E&S는 베트남을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전초기지로 삼을 계획이다. 앞서 2020년부터 남부 닌 투언 지역에 131MW 규모의 태양광 설비에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2022년 150MW 규모의 TPD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GEC와는 합작법인 ‘솔윈드 에너지(Solwind Energy)’도 설립했다. 떠이닌 지역에 온실가스 감축 시범사업인 7MW 지붕형 태양광을 준공했다. 라오스 살라반(Salavan) 지역에 756MW의 육상풍력발전소를 구축해 생산된 전력을 베트남으로 수출하는 크로스 보더 발전사업도 추진 중이다.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한 급성장도 기대된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 4월 제8차 국가전력개발계획(PDP8) 개정안을 통해 전체 전력생산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최대 36%까지 충당하고 2050년에는 7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베트남의 진출한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은 RE100 이행 등을 위한 재생에너지 수요를 늘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 E&S는 베트남에서 쌓은 경험과 역량을 토대로 동남아 및 동유럽, 북미 등으로 글로벌 재생에너지 사업 확장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보유한 약 1GW(기가와트) 규모의 글로벌 파이프라인을 매년 추가해 2030년까지 2GW 이상으로 재생에너지 사업을 키운다는 목표다.
탄소배출권 확보 이슈도 SK이노베이션 E&S가 베트남 및 글로벌 재생에너지 사업에 뛰어든 중요한 이유다. 향후 글로벌 탄소시장이 열리면 탄소배출권은 직접적인 수익 창출의 수단이 될 수 있다. 기업의 탄소중립 실행에 필수적인 핵심 전략자산으로서 그 가치가 급격히 커질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E&S는 TPD 해상풍력 프로젝트 투자에서도 향후 발급될 탄소배출권 전량을 15년간 SK이노베이션 E&S가 갖는 조항을 계약에 포함시켰다. 이를 통한 탄소배출권 예상 확보량은 연간 약 26만t 규모다.
SK이노베이션 E&S 관계자는 “베트남 재생에너지 사업 진출은 단순 해외 재생에너지 자산 확보 의미를 넘어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티엔장=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