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시도 막는 경찰 내 '위기협상요원'…전국서 단 1곳뿐

입력 2025-05-19 14:00
수정 2025-05-20 17:49

“죽고 싶어 1시간 전부터 옥상에 올라왔는데…무섭고 힘들어요.”

지난해 12월 초 밤 12시께 서울 서초구의 한 건물 옥상에서 고교생 A양이 옥상 바닥에 앉아 울고 있었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것 같다”는 112 신고를 접수받고 출동한 박혜빈 순경(30) 등은 현장에 도착한 직후 A양과 대화를 나눴다. 박 순경은 A양의 어깨를 다독이며 차분히 대화를 시도했다. 극심한 불안을 호소하는 A양을 잘 설득해 파출소로 데려왔다.

박 순경은 능숙한 솜씨로 A양과 일대일 상담을 했다. 병원 응급 입원 조치까지 진행했다. A양은 금세 마음의 평온을 찾았고 집으로 복귀했다. 박 순경이 위기 상황에서 극단적 선택을 막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전국에 몇 없는 ‘위기협상요원’이기 때문이다. 극단전 선택을 막기 위해 특화된 전문 훈련을 이수한 경찰관이다. ◈"죽고 싶다"던 학생을 살린 1분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망자가 매년 증가세에 있지만, 현장에서 이들의 잘못된 선택을 막는 데 특화된 ‘위기협상요원’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기협상요원을 지구대·파출소 단위에서 운영하는 경찰서는 전국에서 단 한 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골든타임’에서 위급 상황을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극단적 선택과 관련된 112 신고 건수는 2019년 약 9만 건에서 2024년 11만9000건으로 5년 새 약 32.2% 증가했다. ‘고의적 자해로 인한 극단적 선택’을 한 사망자는 2019년 약 1만3000명에서 2024년 1만4000명으로 약 5.7% 늘어났다. 지난해 기준 인구 10만 명당 극단적 선택한 사람의 비율은 28.3명으로 추정된다, 2013년의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문 교육을 받은 '위기협상요원'을 지역 단위에서 운영 중인 경찰서는 서초서가 유일하다. 경찰 관계자는 “‘자살예방센터’가 운영되지 않는 야간 시간에는 결국 일반 경찰이 자살 기도자를 직접 설득해야 한다”며 “현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각 지역 경찰에 위기협상 전문 인력을 상시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자살기도자 생존의 골든타임...위기협상 훈련 여부로 생사 갈린다현재 서울 서초서에는 형사과와 여성청소년과 소속 위기협상요원 12명이 배치돼 있다. 2024년 9월부터는 각 지구대·파출소로 확대해 총 56명의 위기협상요원을 운영 중이다. 박세아 서초서 경사(36)는 “자살 기도자는 신속하게 도착해 골든타임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지구대·파출소 근무 경찰이 기초적인 위기협상 기술이라도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극단적 선택과 관련된 주관 기관은 여러 곳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관리 사각지대가 나타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관련 업무는 경찰 뿐만 아니라 소방재난본부, 자살예방센터 등 여러 기관이 나눠 맡고 있다. 중앙자살예방센터는 보건복지부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으며, 지역 자살예방센터는 각 지자체가 별도 민간기관에 위탁하는 방식이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실제로 현장에 가장 밀접한 지구대·파출소에 전문 인력이 최소 두 명은 상시 배치되어 있어야 한다”며 “위기협상요원의 전국적 확대를 위해, 보건복지부 예산을 일부라도 경찰에 이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같은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