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소상공인의 대출 부담을 경감하는 정책을 대거 내놨다. 양당 모두 경기 악화로 위기에 빠진 취약 자영업자를 돕는 데 집중하겠다고 공약했다. ◇李 “채무 탕감”, 金 “특별 융자”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소상공인 관련 공약은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소상공인 채무조정 지원과 소비 확대를 위한 상품권 발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후보는 코로나19 정책자금 대출에 대한 채무조정을 공약했다. 단순 채무조정부터 완전 탕감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 지원 대상을 밝히진 않았지만 비상계엄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지원 방안도 내놓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또 저금리 대환대출 등 정책자금 확대, 중도상환수수료 단계적 감면을 공약했다. 장기소액연체채권 소각을 위한 배드뱅크 설치, 특별감면·상환유예 등 청산형 채무조정 확대 등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매출액이 급감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생계방패 특별융자’ 지원 공약을 앞세웠다. 소상공인 기업한도 대출의 각종 수수료를 전면 폐지하고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도 확대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특별융자 등 정책자금에 필요한 재정을 8조1000억원가량으로 추산했다. 소상공인 전문 국책은행을 설립하고 소상공인에게 공과금·전기료 등 영업 비용을 50만원씩 지원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소상공인을 위한 소비 진작 대책도 큰 차이가 없었다. 두 후보가 온누리상품권 발행 확대를 약속한 가운데 이 후보가 자신의 대표 정책인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를 더 발행하겠다고 한 정도였다. ◇“자영업자 수 줄여야”한국은행에 따르면 빚이 있는 자영업자는 작년 말 기준 311만 명이다. 이 중 여러 금융회사에 빚이 있으면서 저신용·저소득 상태인 취약 자영업자 차주는 42만7000명이다. 이들의 연체율은 11.61%까지 높아졌다. 두 후보의 공약은 이런 취약 자영업자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공약이 대출이자 탕감 등 지원책에 집중되고 구조개혁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점은 한계로 꼽힌다. 일시적 지원은 단기적으로 위기에 빠진 소상공인을 살려낼 수 있지만 구조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되기 십상이어서다.
전문가들은 자영업 창업을 최대한 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은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은퇴자들이 자영업 대신 계속고용 방식으로 근로를 더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둬 고령 자영업자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준비 없이 은퇴한 뒤 생계를 위해 자영업을 시작하다가 취약 자영업자가 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한은은 고령 자영업자들의 평균 소득이 은퇴 전 소득의 40~60% 수준인 만큼 이 정도 수준의 소득을 ‘퇴직 후 재고용’ 방식으로 준다면 계속고용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어 취약 자영업자가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