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우유 이탈 사회, 우리가 놓친 것들

입력 2025-05-19 10:00


최근 청소년들의 식생활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우유는 더 이상 ‘당연한 선택’이 아니다. SNS와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해 유입된 비건 트렌드, 식물성 음료(오트, 아몬드 등)의 대중화, 유당불내증에 대한 과도한 경각심은 청소년에게 우유를 회피할 ‘이유’를 만들어 주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 국가통계연구원의 ‘한국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 이행현황 2025’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청소년층(12~18세)의 영양섭취 부족자 비율은 27.5%로 전 연령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우유 소비 감소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건강 격차를 예고하는 신호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청소년들의 식생활은 균형 잡힌 영양 섭취와는 더욱 멀어지고 있다. 2024년 10월부터 12월까지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편의점에서 자주 선택하는 간편식과 음료 다수가 과도한 당류와 나트륨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식사대용 제품 한 끼 기준 나트륨은 평균 685mg, 즉석섭취식품은 794mg, 조리식품은 613mg에 달했으며, 에너지음료 한 캔에는 WHO 하루 권장량의 70%에 해당하는 평균 35g의 당류가 들어 있었다. 또 최근 발표된 질병관리청 조사결과에서 중·고등학생의 고카페인 음료 주 3회 이상 섭취율은 2015년 3.3%에서 2019년 12.2%로 약 4배 증가했으며, 2024년에는 23.5%까지 치솟았다. 특히 고등학생의 섭취율은 중학생보다 약 2배가량 높아 우려를 낳는다. 이러한 식생활은 청소년기의 영양 불균형을 가속화하고, 우유처럼 균형 잡힌 영양소를 제공하는 식품이 소외되는 환경을 더욱 고착화시키고 있다.

우유를 둘러싼 인식의 변화 속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놓치고 있는 것일까. 청소년기의 식습관은 평생 건강을 좌우할 수 있는 결정적인 시기다. 하지만 현재의 청소년들은 우유 섭취를 자연스러운 선택이 아닌 회피해야 할 대상처럼 여기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다시 우유를 이야기해야 하는가.

청소년기의 골격 형성은 평생의 뼈 건강을 좌우한다. 그러나 많은 청소년은 아직도 우유를 ‘키 크는 음료’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는 우유 속 칼슘, 인, 단백질, 비타민 D, 마그네슘 등은 뼈 건강 외에도 인지 기능, 장 건강, 스트레스 완충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2023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15~18세 청소년기의 칼슘 섭취 충족률은 약 61.3%로, 전체 평균(64.6%)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설상가상으로 2010년대 중반 이후 청소년의 우유 섭취율은 남녀를 불문하고 지속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청소년 식생활 심층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청소년 5명 중 1명만이 하루 한 번 이상 우유를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기 청소년이 만성적으로 칼슘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면 성장 지연, 근육 경련, 구루병, 골다공증 등의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학술자료에서 밝혀져 있다. 한편, 우유의 양질의 단백질은 근육량 유지와 체력 회복에도 기여하며, 이는 학업 스트레스와 활동량이 높은 청소년들에게 더욱 중요한 요소다. 뼈 건강과 더불어 체력과 면역력까지 고려한다면, 성장기 청소년에게 우유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영양 기반의 방어벽’이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우유를 멀리하는 이유는 유당불내증, 맛 선호도 변화, 사회적 인식 변화 등 복합적이다. 특히 유당불내증은 우유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요인이지만, 이는 락토프리 우유나 치즈, 요거트와 같은 발효유를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이들 제품은 단순한 대안이 아니라, 우유가 가진 다양한 영양적 이점을 보다 친숙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수단이다. 다시 말해, 우유의 문제를 피하기보다, 우유의 다양성을 활용해 섭취 기회를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청소년의 영양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제품을 활용한 ‘우유 기반 섭취’를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편견을 낮추는 식생활 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중요한 것은 우유의 대체가 아니라, 우유의 ‘다양성’을 인식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식생활 교육이다. 단순히 “마셔야 한다”는 접근보다는 왜 필요한지, 어떻게 섭취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교육적 접근이 필요하다.

청소년기의 우유 섭취는 단기적인 키 성장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 시기 형성된 Peak Bone Mass(최대 골량)는 이후 골다공증 예방과 근골격계 질환 발생을 좌우한다. 한 번 놓치면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골든타임인 셈이다.

따라서 우유 섭취를 ‘좋은 습관’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청소년은 식생활을 자율적으로 결정하기보다 ‘환경’에 따라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크다. 결국, 섭취 습관을 만들어 줄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이 핵심이다.

이러한 목적으로 우리나라는 80년부터 학교우유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성장기 학생의 우유 음용습관을 조기에 형성해 필수 영양소를 고루 섭취함으로써 신체발달과 건강한 학교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그러나 학교 우유급식률은 지난 2017년 51.5%에서 2023년 33.9%까지 감소한 상황이다. 중·고등학교로 갈수록 우유급식 참여율은 줄어들고 있다. 이는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교사들의 행정 부담, 학교 시스템의 미비, 부모의 무관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일각에서는 학교우유급식이 학생들의 선택을 강요한 시대착오적 정책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EU, 미국, 일본 등과 달리 학교급식과 학교우유급식이 분리되어 있다. 즉 학교장 재량에 따라 우유급식 여부가 결정돼 우유급식을 실시하지 않는 학교의 학생은 우유급식을 선택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학교우유급식’ 제도가 만들어 주는 섭취 환경은 청소년기의 건강한 습관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우유 섭취를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이에 공감하는 학교들이 늘고 있는 듯하다. 서울시의 경우 초등학교 무상급식에 우유급식을 포함시켜 전체 급식을 하고 있으며 전남도는 조례 제정을 통해 초등생 전면 우유무상급식을 실시 중이다. 더불어, 강원도 정선군은 올해 13년째 우유무상급식을 이어가고 있으며 초·중·고등학생 뿐만 아니라 어린이집, 유치원 아이들 전원에게 제공 중이다. 최근에 경북 울진군은 초·중·고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 우유급식 전면 무상 공급을 발표했다.

이러한 분위기가 더욱 더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 우유가 성장기 아이들에게 풍부한 영양소를 제공하여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지원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식품임은 틀림없기 때문이다.

우유는 습관이다. 그리고 좋은 습관은 환경이 만들어야 한다.

글=이영우 한양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