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위기에 직면한 보험사들이 신사업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생애주기 맞춤’ 신상품과 ‘디지털 혁신’을 통해서다. 보험업계에선 갈수록 발전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일상생활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는 만큼 변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사들의 미래 생존 전략을 살펴봤다.
◇ 진화하는 디지털 서비스AI를 포함한 디지털 기술은 보험업계 최대 화두 중 하나다. 여러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고객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삼성생명은 고령 고객의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종합 건강관리 플랫폼 ‘더 헬스(THE Health)’를 출시했다. 운동 코치부터 식단 관리, 멘털 케어, 수면 건강 관련 서비스를 한 번에 지원하는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고객의 삶을) 더 건강하게’란 의미를 담았다. 지난해 말 기준 이용 고객 약 90만 명을 확보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건강검진과 병원·약국 방문 이력 등 데이터를 바탕으로 건강등급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에는 수면 분석 서비스도 선보였다. 수면 중 호흡 소리로 수면의 질을 측정해 분석해주는 서비스다.
KB손해보험은 자회사인 KB헬스케어를 앞세워 새 먹거리인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KB헬스케어는 지난해 인수한 의료 플랫폼기업 ‘올라케어’의 서비스를 고도화하며 고객군을 넓혀가는 중이다.
수년간 쌓아온 건강 데이터 분석 기술을 올라케어에 접목해 헬스케어 분야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전략이다. KB그룹 계열사인 KB라이프생명의 요양 사업과의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 생애주기 맞춤 상품 봇물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생애 주기에 맞춘 상품도 진화하고 있다. 특히 5월 가정의달을 맞아 가족 건강과 관련한 보험 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어린이보험 시장은 매년 확대되는 시장 중 하나다. 보험사들은 어린이보험을 통해 저연령 고객을 확보하고, 이들의 생애주기별 맞춤 상품을 제공할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어린이보험은 자녀의 질병, 상해 등 의료비나 일상생활에서의 각종 배상책임 등을 보장받도록 설계됐다. 3대 질병인 암·뇌·심장질환을 비롯해 성인용 보험의 대다수 보장을 최장 100세까지 받을 수 있다. 현대해상은 태아보험을 비롯한 국내 어린이보험 시장의 절대 강자로 통한다. 현대해상이 2004년 국내 최초로 선보인 ‘굿앤굿어린이종합보험Q’는 어린이 전용 종합보험의 대명사가 됐다. 지난 3월까지 20년 넘게 약 559만 건을 판매한 대표 상품이다.
한화손해보험은 여성의 생애 주기에 맞춘 실질적 보장과 사회적 공헌을 통해 저출생·고령화라는 국가적 과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업계 최초로 펨테크연구소를 설립하고 여성 특화 보험 상품을 꾸준히 선보인 결과 출산지원금 특약 등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우수 사례로 선정돼 새로운 보험 패러다임의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3년 7월 출시한 ‘한화 시그니처 여성 건강보험’은 출시 직후 대표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한화손보는 ‘시그니처 여성건강보험 1.0’을 시작으로 업계 선도적으로 여성 생애 주기에 맞춰 고객의 연령대별 보장 요구를 반영한 특화 상품을 선보여 왔다.
이 상품은 임신, 출산, 폐경 등 여성 고유의 생리현상을 비롯해 유방암, 갑상샘암, 난소·자궁암 등 여성의 대표적인 질환을 연구해 개발했다. 보장 영역을 한층 더 강화한 ‘시그니처 여성건강보험 3.0’은 정신질환부터 흉터 치료까지 여성의 관심도가 높은 분야로 보장 영역을 확장한 게 특징이다.
사망보험금도 이제 단순한 일시금 지급을 넘어 가족의 상황에 맞춰 설계하는 시대다. 교보생명이 선보인 ‘보험금청구권신탁’ 서비스가 고령화 사회의 새로운 상속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출시 2주 만에 100호 계약을 돌파한 데 이어 5개월 만에 500건 가까운 계약을 체결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빠른 고령화 추세로 내년 치매 환자가 100만 명을 넘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치매·간병보험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녀 입장에서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기 상황에 대응해 안전장치를 미리 준비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동양생명은 고령층에게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치매와 그로 인한 간병비가 걱정되는 가입자를 위해 ‘(무)수호천사치매간병은동양생명보험’을 선보였다. ◇ 먹거리 찾아 해외로해외로 눈을 돌린 보험사도 많다. 한화생명은 동남아시아에서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을 확보하고 고객층을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우수한 투자 기회를 발굴하고 핵심 인재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DB손해보험은 해외 사업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선진국 시장인 미국부터 신흥국 시장인 동남아까지 진출한 지역마다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지난해 약 7000억원의 수입 보험료를 달성하기도 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