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과 건설업 고용시장이 1년째 악화하면서 이 분야 취업자가 코로나19 당시 수준까지 감소했다. 한국 경제의 32%를 떠받치는 제조업과 건설업 일자리가 줄면서 15~29세의 고용률이 12개월 연속 떨어지는 등 청년층의 고용환경이 급격히 나빠졌다. ◇“제조업 고용환경 악화 지속될 것”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취업자는 439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만4000명(-2.7%) 감소했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작년 7월부터 10개월 연속 줄었는데, 이번 달 감소폭은 2019년 2월(-15만1000명) 후 가장 컸다.
4월 수출이 562억달러로 지난해보다 13.8% 증가했는데도 제조업 일자리가 감소한 건 수출이 반도체에 편중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공미숙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취업 유발 효과가 낮은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 업황이 좋지 않아 취업자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4월 반도체 수출은 100억달러로 56.1% 급증했다.
건설업 취업자도 194만8000명으로 7.2% 감소했다. 건설업 취업자는 작년 5월부터 12개월 연속 줄었다.
제조업과 건설업의 고용환경이 1년째 나빠지면서 이 분야 취업자 수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2019년 4월 제조업과 건설업 취업자는 442만1000명과 199만3000명으로 올해 4월보다 2만4000명과 4만5000명 많았다.
코로나19 직후 정부가 대규모 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2022년 4월 제조업과 건설업 취업자는 451만8000명과 212만3000명까지 늘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와 건설 경기 악화가 장기화하면서 부양 효과의 약발이 다했다는 평가다.
제조업과 건설업은 2023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27%와 5%를 차지하는 주력 산업이다. 서비스업보다 급여 수준이 높고, 신규 채용 인력도 많아 구직활동에 나서는 청년층이 선호하는 일자리로 분류된다. 전문가들은 고용 유발 효과가 큰 서비스업도 경기 둔화를 이유로 신규 채용에 소극적이기 때문에 청년층이 고용 시장 부진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4월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5.3%로 1년 전보다 0.9%포인트 떨어지며 12개월 연속 하락했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41만5000명으로 12개월 연속 증가했다. ◇정부 일자리 사업에 취업자 집중민간의 일자리 감소를 정부의 일자리 사업으로 막는 추세는 이번 달에도 계속됐다. 4월 전체 취업자는 2888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19만4000명 증가했다. 취업자 수는 올해 1월부터 넉 달째 10만 명대 증가세를 유지했다.
늘어난 취업자 수는 정부의 일자리 사업 대상인 65세 이상 공공행정 및 보건복지 분야의 임시 근로자에 집중됐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이 21만8000명(7.3%), 임시 근로자와 65세 이상 취업자는 각각 5만2000명(1.1%)과 33만9000명(1.2%) 늘었다.
취업자가 19만3000명 늘어난 3월의 경우 정부 일자리 사업과 관련이 있는 취업자 수 증가분이 15만5000명에 달했다고 KDI는 분석했다.
고숙련·고부가가치 일자리인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일자리가 11만3000명(8.1%) 증가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망총괄은 “고숙련 업종은 코로나19 이후에도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탄탄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률은 63.2%로 0.2%포인트 올랐고, 실업률은 2.9%로 0.1%포인트 하락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