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금융도 디지털화…비대면 플랫폼 구축"

입력 2025-05-14 17:52
수정 2025-05-15 00:59
디지털 혁신이 국내 시중은행의 핵심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았지만 농협은행에는 최근까지 예외 사항이었다. 조직 문화가 보수적인 데다 고령층과 농촌 고객이 중심이기 때문이다. 올해 1월 강태영 농협은행장이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강 행장은 농협은행에서 슈퍼 앱 ‘NH올원뱅크’를 구축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는 등 디지털 전문가로 꼽힌다. ◇디지털 승부수 띄워 농협은행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께 기업금융 전용 비대면 플랫폼을 선보인다. 강 행장은 14일 서울 통일로 농협은행 본점에서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기업 자금 공급 역할을 맡은 제4 인터넷전문은행이 도입되면 오프라인 비중이 높은 기업금융에서도 본격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강 행장은 농협은행에서 디지털전략부장,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 등을 지냈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그의 위기의식은 남다르다. 기업금융 전용 비대면 플랫폼 구축 역시 강 행장이 직접 챙기고 있다. 농협은행은 다른 시중은행보다 한발 앞서 기업금융 전용 비대면 플랫폼 ‘더 퀵커’(가칭)를 내놓을 계획이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방대한 서류를 영업점에 직접 제출해야 했다. 더 퀵커로 비대면 서류 제출이 가능해지면 기업 고객의 편의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농협은행은 예상한다. 강 행장은 “이르면 하반기부터 계좌 개설, 대출 신청, 외국환 등을 지원하는 비대면 원스톱 금융 서비스를 구현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강 행장이 취임한 뒤로 핀테크 기업과 적극 협업에 나서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 2월 네이버페이와 손을 잡았다. 쇼핑·부동산 등 네이버페이의 비금융 데이터와 농협은행의 금융 데이터를 결합한 다양한 사업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다. 강 행장은 “내부 디지털 혁신과 외부와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디지털 리딩뱅크’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WM·글로벌 경쟁력 강화도 ‘속도’ 강 행장은 전통적으로 농협은행이 약하다고 평가받는 ‘자산관리(WM)’도 강화할 방침이다. 오는 7월 농협은행 본점에 ‘VIP 라운지’(가칭)를 열고 자산가·은퇴자 등 우량 고객 대상 WM 창구로 활용하기로 했다. 강 행장은 “VIP 라운지는 농협은행 WM 재건의 신호탄”이라며 “다른 시중은행의 프리미엄 등급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 버금가는 초고급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사업 전략도 개편한다. 농협은행은 해외에서 2개 법인과 6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무작정 해외 점포를 늘리는 대신 기존 점포 특색을 살린 내실화 작업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게 강 행장의 복안이다. 그는 “2030년까지 글로벌 손익 1500억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며 “필요하다면 해외 금융회사 인수합병(M&A)과 지분 투자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강 행장은 조직 문화 혁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직원 약 120명을 대상으로 특별승급을 실시했다. 통상 연말에 하는 승진 인사를 상반기에 시행한 파격 조치다. 강 행장은 “은행 특유의 보수적 조직 문화를 타파하고 성과 중심의 인사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