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14일 10:1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우리 삶을 지탱하는 수많은 시설들이 있다.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 지하로 흐르는 하수, 당연하게 켜지는 전기. 이 모든 것이 ‘인프라’다.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이러한 기반시설 없이는 현대 생활이 불가능하다. 최근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대규모 정전 사태는 전력망과 같은 필수 인프라가 현대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일깨웠다. 정전은 인터넷 단절, 금융 결제망 중단, 교통마비, 항공기 운항 중단 등 사회 전반을 마비시킬 수 있다. 없거나 부족해질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실감하는, 공기와도 같은 존재인 셈이다.
그러나 투자 관점에서 인프라는 여전히 낯설다. '인프라 투자'라고 하면 거대한 댐, 발전소, 고속도로 같은 국가 주도 사업을 떠올리기 쉽다. 이러한 이미지는 개인투자자에게 거리감을 주며, 부동산처럼 친숙하고 손에 잡히는 자산과 비교해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여겨진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부동산 관련 투자가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주거시설이나 상가 직접 투자부터 리츠나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다. 반면 인프라는 대규모 프로젝트형 사업이 대부분이며, 제도적 제한사항이 많아 개인투자자의 접근성이 떨어진다. 또한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특성상 높은 초과 수익을 달성하는 투자군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산업화 이후 인프라 투자는 국가 주도 하에 필수 사회기반시설 위주로 이뤄졌다. 글로벌 측면에서 산업혁명 이후 250여 년간 도로와 철도, 발전소와 전력망, 항만 등 국가 경제 발전에 필수적인 시설들이 대규모로 건설됐다. 한국에서도 1970년 준공된 경부고속도로가 국가 주도 인프라 건설의 대표적 사례이다.
인프라 투자 환경은 1994년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 제정 이후 크게 변화했다. 도로와 철도 건설 위주의 투자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었고, 민간 자본이 본격적으로 국내 인프라 시장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로 국내에서는 누적 약 146조 원 규모의 인프라 민간투자가 이뤄졌다.
현재는 IT와 AI 붐에 힘입어 관련 기반시설의 확충과 함께 기존 노후시설의 개선이나 재구축이 인프라 투자 시장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도 인프라는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탄소 감축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수자원 관리, 교통 체증과 환경오염을 줄이는 스마트 교통체계 등은 인프라가 단순한 자산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투자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인프라 투자는 인간 생활에 필요한 필수 시설에 대한 투자이기에 본질적으로 장기적이고 안정적이어야 한다. 우리의 인프라 투자는 이를 핵심 가치로 삼고, 시대 변화에 맞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변화를 선도하되, 사회적 가치 증진에 충분히 기여하고 있는지 자문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공동체 모두에게 이로운 유무형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인프라 투자의 궁극적 목표가 돼야 할 것이다. 인프라는 단순한 물리적 시설을 넘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투자로서 그 의미를 새롭게 정립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