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7배, 유럽 25배, 인도 23배’. 현대자동차그룹이 해외에 공장을 지은 이후 국내 자동차 부품회사의 늘어난 해당 국가별 수출 규모다. “완성차 업체가 해외에 공장을 지으면 국내 생태계가 무너진다”는 일각의 주장과는 정반대다.
해외에서 최종 조립하더라도 주요 부품은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본 제품을 써야 품질이 관리된다는 현대차그룹의 판단에 따른 결과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의 ‘차 부품 25% 관세’ 부과에 대한 대응도 국내 협력업체의 미국 동반 진출 가속화에 방점을 두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6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부품 유럽 수출액은 47억7200만달러(약 6조8583억원)로 현대차그룹의 ‘유럽 1호 생산거점’인 튀르키예 공장 가동 전인 1996년(1억9300만달러) 대비 24.7배 폭증했다. 현대차그룹이 튀르키예에 이어 슬로바키아(2006년·기아), 체코(2008년·현대차)에 잇달아 공장을 지으며 주력 부품을 국내 부품사에서 조달한 덕분이다. 같은 이유로 미국(2004년 11억7500만달러→2024년 82억2000만달러)과 인도(1998년 4100만달러→2024년 9억2100만달러) 부품 수출도 크게 늘었다.
현대차그룹을 따라 해외로 나간 부품업체는 2000년 41개에서 2023년 690개로 16배 증가했다. 범퍼 등을 생산하는 성우하이텍은 현대차그룹과 해외에 동반 진출하면서 1997년 770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4조2000억원으로 55배 증가했다. 미국에 진출한 25개 국내 부품업체는 메르세데스벤츠 등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도 납품하고 있다.
신정은/김보형/양길성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