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정연 씨(31)는 매일 아침 회사에 조금 일찍 출근해 5분가량 시집을 펴놓고 백지에 그대로 옮겨 쓴다. 이씨는 “아침에 좋아하는 시 구절을 따라 쓰다 보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30세대 사이에서 ‘하루 5분 필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시집, 산문집, 자기계발서는 물론 신문기사, 판결문에 이르기까지 분야도 다양하다. 필사를 배우고 싶은 젊은 세대를 위한 ‘필사 과외’까지 등장했다.
2일 인터넷서점 알라딘에 따르면 올해 1~4월 출간된 필사 관련 서적은 163권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3권) 대비 3.8배 증가했다. 필사 대상은 문학, 종교 관련 서적뿐만 아니라 자기계발서, 판결문 등으로 넓어지는 추세다.
유선경 작가의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는 지난해 10월 출간 이후 베스트셀러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한강 작가의 작품을 모아 필사 노트와 묶어 파는 스페셜 에디션이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 결정문을 필사할 수 있게 만든 서적도 인기를 끌고 있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짧은 글을 필사할 수 있도록 구성한 필사 노트 판매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다양한 종류의 필사 서적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고 했다.
하루종일 키보드와 스마트폰에 시달리는 젊은 직장인들은 마음을 가다듬는 용도로 필사를 활용하고 있다. 직장인 강모씨(29)는 “하루 5분을 목표로 부담 없이 시작했다”며 “뜨개질처럼 일부러 손을 쓰도록 해 휴대폰에서 벗어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고 했다.
필사를 본격 배우고 싶은 수요층을 노린 과외도 등장했다. 필사 커리큘럼을 짜주고 꾸준하게 필사할 수 있도록 돕는 수업이다. 문해력을 기르기 위한 아동 대상 필사 수업도 생겨났다. 필사 열풍에 펜과 노트 등 고급 문구류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29CM에 따르면 지난 1~2월 문구·사무용품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