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유치 vs 고금리 대출… VIG의 프리드라이프 소수 지분 거래 논란

입력 2025-05-07 10:03
수정 2025-05-08 09:25
이 기사는 05월 07일 10:0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VIG파트너스가 웅진그룹에 프리드라이프 경영권 지분을 작년 소수지분 매각 때보다 싸게 넘겼다. 10개월 전 글로벌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프리드라이프 지분 20%를 총 기업가치 1조원 수준에 인수했는데, 웅진그룹은 9000억원도 안되는 가격에 가져간 것이다. 소수 지분을 매각할 때보다 낮은 기업가치(배당금 제외)로 경영권을 매각하는 거래 자체가 보기 드문 일이다. 하지만 KKR은 이번 거래로 손해를 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VIG파트너스가 회수 성과를 인정받기 위해 경영권 매각 전 사실상 단기 대출에 가까운 소수 지분 거래를 한 것이다. 업계에선 PEF가 불필요한 고금리 이자를 부담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VIG파트너스 등은 프리드라이프 지분 74.81%(자사주 제외 의결권 기준 지분율 99.77%)를 8830억원에 웅진그룹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지난달 29일 체결했다. 거래 종결 예정일은 오는 30일이다. VIG파트너스는 2022년 JP모간을 자문사로 선정해 한 차례 매각 시도에 나섰다가 실패하고, 2023년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fA)의 도움을 받아 다시 매각 작업에 나섰다. 투자금 회수에 나 선지 약 3년여 만에 매각 작업을 마무리하게 되는 셈이다.

VIG파트너스는 매각 작업이 지연되자 지난해 7월 KKR에 프리드라이프 지분 약 20%를 총 기업가치 1조원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해 매각하기도 했다. 정확한 딜 구조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KKR은 우선주 형태로 투자하고, 주주 간 계약으로 태그얼롱(동반매각참여권)을 받아 향후 프리드라이프 매각이 성사되면 10%초중반대의 수익률을 보장받기로 했다.

이런 딜 구조 덕분에 KKR은 VIG파트너스가 지난해 KKR이 소수 지분을 인수한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프리드라이프 경영권을 매각하기로 했음에도 손해를 보지 않게 됐다. KKR은 수익률을 보장 받았기 때문에 VIG파트너스가 프리드라이프를 얼마에 매각하든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였다. 양측의 거래는 소수 지분 투자라기보단 단기 대출 성격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VIG파트너스가 프리드라이프에서 받은 1600억원 가량의 배당 등을 더하면 이 투자를 통해 총 회수한 금액은 1조450억원에 달해 KKR에 소수 지분을 매각할 때 산정한 기업가치와 비슷한 수준이다.

문제는 VIG파트너스가 이런 대출 성격의 소수 지분 매각을 단행한 이유가 운용사의 회수 성과를 인정받기 위한 목적이 짙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프리드라이프 소수 지분을 매각할 당시 VIG파트너스는 국민연금 진행하는 출자 사업에 참여하던 시기였다. 오랜 기간 프리드라이프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했고, 프리드라이프는 비상장사이다보니 투자 성과를 명확히 입증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글로벌 PEF인 KKR에 프리드라이프 소수 지분을 기업가치 1조원 수준에 매각하면 프리드라이프의 기업가치를 조 단위로 인정받는 동시에 출자자(LP)의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해줄 수도 있었다.

IB업계 관계자는 "VIG파트너스는 10% 초중반대 이자를 비용으로 지불하는 대가로 프리드라이프의 조 단위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고, 최근 LP들이 중요시하는 납입금 대비 분배율(DPI)을 끌어올렸다"며 "펀드레이징을 위해, 즉 운용사의 이익을 위해 펀드에서 불필요한 이자 비용을 지출을 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VIG파트너스는 LP들의 빠른 투자금 회수를 돕기 위한 목적이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항변한다. 당시만 해도 프리드라이드 매각이 마무리될 때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소수 지분을 팔아서라도 투자금을 빨리 돌려줄 필요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DPI 지표가 좋아진 건 빠른 투자금 회수를 돕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일 뿐이라는 게 VIG파트너스의 입장이다.

그럼에도 VIG파트너스가 10%대초중반의 고금리 이자를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해서 LP들에게 자금을 돌려줄 이유는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일반적으로 PEF는 인수금융을 리파이낸싱하는 과정에 추가로 자금을 조달해 이 중 일부를 LP에게 돌려주는 자본재구조화(리캡)를 한다. 이때 금리는 현재 연 5~6% 안팎이다.

VIG파트너스 관계자는 "펀드의 목표 IRR이 20% 중반인 만큼 10%대초중반의 이자를 내고 자금을 조달해, 투자금을 조기에 돌려주는 게 무리한 결정은 아니다"라며 "3호, 4호 펀드는 이미 프리드라이프 투자를 통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었기 때문에 KKR에 소수지분을 매각한 건 국민연금 출자 사업 등 펀딩과도 무관하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