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앙숙 아냐'…이준석, 안철수에게 러브콜 보낼까 [정치 인사이드]

입력 2025-05-01 10:27
수정 2025-05-01 10:28

'앙숙'으로 불리던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대선 국면에서 뜻밖의 호흡을 맞춘 것은 신선한 이벤트였다는 평가가 많다. 안 의원을 향한 이 후보의 꾸준한 '러브콜' 덕분에 성사된 것이었다. 이제 정치권은 단순한 이벤트성을 넘어 이 후보가 경선에서 탈락한 안 의원에게 정치적 의미에서 손을 내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제는 두 사람이 더 이상 앙숙 관계가 아니다"라는 말도 나온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참여했던 안 의원은 지난달 29일 2강 문턱을 넘지 못하며 최종 경선 진출에 실패했다. 안 의원은 "지금 우리나라는 참으로 중대한 위기에 놓여 있다. 이러한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우리 모두 더욱 분발해야 할 때"라며 "비록 저는 여기서 멈추지만, 국민 통합과 미래를 향한 제 소명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민생을 살피고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최종 경선에 진출한 김문수·한동훈(이름순) 후보는 각각 "의사로서, 또 과학자로서 사학가로서 정치인으로서 훌륭한 많은 점을 가지고 계신다. 앞으로 잘 모시겠다", "새로운 영역에 대해서 열린 마음이시고, 새로운 도전을 하시는 점에 대해 놀랍고 존경스러운 마음이었다. 선배님의 앞날을 응원하겠다"며 안 후보에게 구애했다. 경선 막판까지 안 후보 지지층을 흡수하려는 후보들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어질 전망이다.


안 의원의 경선 탈락 이후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근 안 의원과 유의미한 행보를 함께했던 이 후보가 안 의원에게 연대를 제안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 후보가 그간 안 의원의 과학 분야 전문성을 치켜세우면서 "이준석 정부가 추진할 협치 정부에 꼭 필요한, 중요한 자산", "과학 기술과 같은 미래 담론 측면에서 안 의원이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등 적극적인 구애에 나서왔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 후보의 구애는 러브콜에만 그치지 않고, 정치권 앙숙으로 불리던 두 사람이 실제로 마주 앉는 그림까지 이끌어내기도 했다. 바로 지난달 25일 안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판교 테크노밸리 광장에서 열린 인공지능(AI)·과학 기술 분야 1대1 토론이다. 구여권 관계자는 "안 의원이 당 경선이 한창이던 때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국민의힘 지지층의 반감이 있는 이 후보를 만났던 것"이라고 했다.

지금 이 후보는 '반(反)이재명'을 기치로 하는 빅텐트 참여에는 강경하게 선을 긋는 모습이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건 이 후보가 꾸준히 제시해온 연대의 '조건'이다. 이 후보는 지난달 28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보수 진영에서 거론하는 빅텐트는 여의도 정치꾼의 모임에 불과하다"며 "단일화 구상에는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다. 뜻이 맞는 상대와는 빅텐트가 아니라 스몰텐트여도 함께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대선 정국에서 자신과 뜻이 일치한 정치인은 안 의원뿐이었다고 스스로 밝히기도 했다. 이 후보는 "대한민국이 앞으로 국가 간 과학기술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글로벌 환경을 잘 이해하고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 지도자가 나오는 것이 꼭 필요하다"며 "이런 주제로 저와 대화를 나누길 제안한 사람은 안 의원뿐"이라고 했다. 지난달 30일 관훈토론회에서도 "제가 만들고 싶은 빅텐트가 있다면 과학기술의 빅텐트"라며 안 의원을 언급했다.

이 후보 측도 이런 맥락에서 "이 후보가 안 의원의 경선 탈락 이후 접촉할 것으로 본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하면서도 안 의원이 정치적 여건상 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봤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 후보와 손을 잡으려면 사실상 당적을 버리는 수준의 결단이 필요한데, 안 의원 입장에서는 철새 정치 비판에 휘말릴 수 있어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이 후보가 추후 빅텐트에 참여하면 그때 안 의원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현실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후보는 '안 의원에게 이번 대선에서 연대를 제안할 계획이 있느냐'는 한경닷컴의 질문에 "안 의원, 홍준표 전 대구시장 모두 지금은 몇주간의 치열한 여정 끝에 휴식과 지지해준 분들에 대한 인사나 감사 표시를 해야 할 시기이기에 그분들에게 부담을 줄 것은 전혀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